주한 외국인의 '끝장토론'…아리랑TV '슈터스' 녹화현장
영어 토론으로 188개국에 '글로벌 한국' 보여줘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온라인 리뷰는 마케팅의 일환이야. 그들의 의견을 무조건 신뢰할 수는 없어."
"그럼 뭘 보고 물건을 살지 말지 결정하는데? 광고? 모든 물건을 다 사서 써볼 수는 없잖아."
6월 마지막 주 서울 서초구 아리랑TV의 글로벌 토크쇼 '슈터스'(Shooters)의 녹화현장을 찾았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대변인으로 활약했던 방송인 나승연과 프랑스 출신 뮤지션 얀 카바예(Yann Cavaille), 영국 출신인 배리 웰시(Barry Welsh) 숙명여대 교수, 한국계 미국인 트래비스 클라인(Travis Cline), 팔레스타인 출신 강사 누라 만수르(Noura Mansour), 미국 출신 가수 대니 애런즈(Danny Arens), 스웨덴 출신 안젤리나 포스(Angelina Foss) 등 한국 생활 2~8년차인 외국인 패널 6명이 마주 앉았다.
이들은 이날의 주제인 '온라인 리뷰를 신뢰할 수 있는가'를 놓고 2시간 넘게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모여 토론을 하는 포맷은 종합편성채널 JTBC 예능 '비정상회담'과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제작진은 '전혀 다른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일단 이들은 영어로 토론한다.
이 프로그램의 박소영 작가는 "'비정상회담'이 한국말을 잘하는 외국인들이 나와 한국과 관련된 주제에 대해 각 문화권의 시선을 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슈터스'는 글로벌한 이슈에 대해 여러 국가의 방식으로 고민을 해보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한국은 글로벌화 됐고 우리가 생각하는 '한국적'인 것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에 외국인을 포함해 이 땅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토론이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각국 시청자들이 더 자연스럽게 새로운 한국의 모습을 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생활 7년차인 밴드 유즈드카세트(Used Cassettes)의 보컬이자, '비정상회담'에도 출연했던 대니 애런즈는 출연자 중 가장 자연스러운 한국어를 구사한다.
기자와의 인터뷰는 한국어로 진행한 그는 "아무리 한국어를 잘한다고 해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는데 영어로 말하니 내 마음을 100% 표현할 수 있다"며 "한국에서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과 글로벌한 토픽에 대한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건 특별한 경험"이라고 즐거워했다.
그는 "'비정상회담'은 예능이지만 '슈터스'는 토론프로그램이라 훨씬 진지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눈다"고 귀띔했다.
'슈터스'는 토론의 원활한 진행과 재미를 위해 '게이지'(수치)로 승패를 결정한다. 토론 시작 전 각 출연자가 주제에 대한 찬반 의견을 밝힌 뒤 3명씩 팀을 나누고 상대팀을 설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팀원끼리 상대방을 설득하는 논리, 상대방의 주장을 방어할 논리 등 토론의 전략을 짠다.
상대팀의 말에 수긍이 가면 아무도 모르게 마이너스(-) 버튼을 누른다. 100이었던 수치가 먼저 50까지 내려가는 팀이 지게 되는데, 팀원 중 누가 설득당했는지 알 수 없는 데서 게임의 재미가 있다.
이날 녹화에서는 '온라인 리뷰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한 '노'(NO)팀이 승리했다.
진행을 맡은 나승연은 "출연자들이 전문 토론자가 아니다보니 토론이 조금 거칠어질 때도 있지만 서로 대화하는 방법을 알아가면서 건강하게 토론하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다"며 "다양한 문화와 종교를 가진 만큼 처음에는 각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지만 대화를 통해 서로 입장을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2회분의 촬영이 진행되는 이날 녹화에서는 '온라인 리뷰' 이외에 '하드 트레이닝'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다. 꿈에 대한 열정과 광기를 그린 영화 '위플래시'를 통해 각국의 교육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졌고 그 과정에서 '한국식 교육'에 대한 의견도 주고받았다.
"한국이 어떤 나라냐고요?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글로벌한 나라에요. 미국, 영국, 스웨덴, 팔레스타인까지 서로 만날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만큼 먼 나라들인데 이렇게 한국에 모여 앉아서 대화를 하고 있잖아요."(대니 애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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