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한국? 우리가 보여줄게요"…'슈터스' 입담 3인방
글로벌토픽 놓고 토론 한판…'채식' '스마트폰' 아이디어 무궁무진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우리 같은 외국인들이 TV에 나와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고 그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한국이 변하고 있는 증거 아닐까요?"
최근 서울 서초구 아리랑TV '슈터스'(Shooters) 녹화장에서 만난 미국인 대니 애런즈(Danny Arens)는 '한국이 글로벌화된 국가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슈터스'는 글로벌 이슈를 놓고 6명의 주한 외국인이 영어로 토론하는 프로그램이다.
녹화 중간 쉬는 시간, 토론을 주도하던 대니 애런즈와 영국 출신 배리 웰시(Barry Welsh) 숙명여대 교수, 프랑스 출신 뮤지션 얀 카바예(Yann Cavaille)를 만났다.
이들은 토론에서도 두각을 드러냈지만 한국생활 2~8년인 출연자 중 한국말을 가장 잘 하는 3인방이기도 하다. 애런즈는 한국말로도 자신의 생각을 막힘없이 전했고, 배리 웰시 교수와 얀 카바예도 영어 질문에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답했다.
아리랑TV는 세계 188개국에 영어로 방송되는 국제방송으로 주로 한국 가요나 스타를 통해 한국을 알리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슈터스'는 '한국'을 전면에 내세우는 대신 주한 외국인이 한국과 특별히 연관이 있다기보다는 세계 보편적인 주제로 토론하는 방식을 택했다.
35개국을 여행하는 등 다양한 문화경험을 가진 애런즈는 2008년 한국에 정착했다.
그는 다국적 록밴드 유즈드카세트(Used Cassettes)의 리드보컬로 활동하면서 SBS TV 'SBS스페셜', JTBC '비정상회담' 등에 출연하기도 했다.
애런즈는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 자체가 글로벌 국가로서의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라며 "한국에 국한된 주제가 아니라 어느 나라 사람이든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내용을 다루기 때문에 세계 각국 사람들이 시청하기에도 좋다"고 치켜세웠다.
그는 "'슈터스'가 너무 글로벌한 주제만 다뤄서 '한국의 고민을 함께 나눈다'는 취지에서 한국적인 주제도 이야기해봤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4월 첫 방송한 '슈터스'는 지금까지 11회에 걸쳐 '외도가 결혼과 이혼에 영향을 미칠까' '성형수술은 나쁜 것일까' '사이버폭력에 의한 자살은 자살인가 타살인가' '안락사: 죽기를 선택할 수 있는가' 등을 놓고 토론했다.
배리 웰시 숙명여대 교수는 "최근 약혼을 했는데 결혼에 대한 생각이 많아져서인지 외도 등의 주제를 다룰 때는 상대방의 말에 도저히 동의할 수 없을 때도 많았지만 어쩔 수 없이 승패를 인정해야 했다"며 "그래도 나와는 다른 생각을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웰시 교수는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후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토론 주제에 대한 생각을 개인적으로 물어오거나 한국 생활이 어떤지 물어본다"고 놀라워했다.
뮤지션 얀 카바예(Yann Cavaille)는 "나중에 '스마트폰 중독'에 대해서도 토론해보고 싶다"며 열의를 보였다.
"한국 지하철을 타보면 다들 휴대전화만 보고 있거든요. 게임도 하고 인터넷 서핑도 하고. 그런데 파리에 가면 휴대전화를 보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이 대목에서 애런즈는 "정말? 파리 사람들은 스마트폰 별로 안봐?"라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카바예는 "보셨죠? 이렇게 달라요"라며 "생각보다 토론할 수 있는 주제가 무궁무진하다"고 웃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만 해도 특히 나이가 있는 한국 사람들은 외국인에 대한 경계심 같은 게 있었어요. 그런데 지난해 겨울에 이태원에서 페스티벌이 열렸는데 한 아주머니가 나이지리아에서 온 청년과 같이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며 한국이 많이 달라진 걸 느꼈어요. 앞으로도 한국이 더 마음을 열어주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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