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보고문 작성' 안재구 前교수 2심도 집유
법원 "포털 이메일 압수수색 후 영장원본 제시해야 증거능력"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서울고법 형사3부(강영수 부장판사)는 국내 진보단체 동향을 대북 보고문 형태로 정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안재구(82) 전 경북대 교수에게 1심과 같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문제가 된 문건을 피고인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보이고 그 내용이 대부분 인터넷 등 대중매체에 공개되지 않은 것이어서 누설되면 국가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우려도 있다"며 국가 기밀을 누설하려 한 혐의와 이적표현물 소지·반포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간첩 혐의는 반국가단체의 지령을 받았음이 입증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찬양·고무 혐의 증거로 제출된 이메일의 증거능력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1심과 일부 다르게 해석했다.
1심은 수사기관이 포털사에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할 당시 팩스로 사본을 보냈다는 절차적 위법성을 지적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형사소송법은 영장 원본을 제시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통신회사(포털사) 압수수색에서 수사관이 매번 직접 나와 영장 원본을 제시하는 절차를 요구하면 해당 회사의 업무가 마비되거나 곤란을 겪을 우려가 있고 수사의 밀행성에도 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동안 수사기관이 팩스 등을 통해 사전에 영장 사본을 보내고 해당 회사 직원이 요구받은 정보를 찾아 추출하면 수사기관이 이를 최종 압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관행이 상당 기간 이어져 온 점을 고려하면 영장을 팩스로 보냈다는 사정만으로 무조건 위법하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해당 이메일이 담긴 CD, USB 등 기록저장장치를 수사기관이 최종 건네받는 시점까지는 영장 원본을 제시하고 압수조서와 압수목록을 정리해 교부해야 적법성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포털사에 압수수색 영장을 팩스로 보낸 것은 괜찮지만, 이후 해당 자료를 받을 때 영장 원본과 압수조서와 목록을 작성해 건넸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절차가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안씨의 찬양·고무 혐의는 압수 이메일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아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판단됐다.
안씨는 지난 2006년 통일연대와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등의 동향과 주요 인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대북보고문 형식으로 정리하고, 자신이 갖고있던 이적표현물 250건 가운데 30여건을 인터넷 등에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안씨가 대북보고문을 실제 북한 공작기관에 전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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