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등재 결정문은 어떤 구조?
일본 산업유산엔 강제동원 관련 기술 추가할 듯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세계유산위원회(WHC·World Heritage Committee)라는 회의에서 등재 여부를 결정한다. WHC는 매년 한 차례, 대체로 6월 말에서 7월 초에 각국을 돌며 회의(session)를 개최한다.
올해 제39차 회의는 오는 29일(이하 현지시간) 개막해 다음달 8일까지 독일 본에서 열린다. 이 기간 내내 세계유산 등재를 심사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신청한 백제역사유적지구와 작금 논란 중인 일본 산업유산을 포함한 세계유산 등재 심사는 다음달 3~5일 이뤄진다.
우리측은 일본이 등재 신청한 '일본 메이지 산업혁명: 철강, 조선 그리고 탄광산업' 23곳 중 7곳이 조선인 강제징용 현장이지만 이런 내용이 등재 결정문 초안에는 없다는 점을 근거로 이를 등재 최종 결정문(Decison)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28일 현재 한·일 두 나라 외교 소식통과 관련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양국은 등재 결정문에 해당 시설에서의 조선인 강제징용이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반영키로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유네스코의 세계유산 등재 결정문은 어떤 구조이며, 이번에 합의했다는 사항은 어떤 식으로 반영될까?
이를 살피기에 앞서 등재 결정문이 어떤 절차를 거쳐 만들어지는지를 살필 필요가 있다.
유네스코는 각국이 등재신청한 세계유산 후보군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 작업을 벌인다. 다만 유네스코 자체로는 이 작업을 수행할 수는 없어 자문기구가 현지 실사를 포함한 조사를 담당한다. 세계유산은 자연유산과 문화유산 두 가지로 나뉜다. 두 유산에 대한 조사 자문기구는 달라 자연유산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고, 문화유산은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다.
백제역사유적지구와 일본산업유산은 문화유산이므로 이코모스가 조사를 했다. 이코모스는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WHC 사무국인 세계유산센터(World Heritage Center)에 해당 유산이 등재할 만한 것인지 판단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한다. 이 보고서를 근거로 세계유산센터는 WHC에 제출하는 등재 결정문의 초안(Draft Descision)을 만들게 된다.
보통 이 초안은 커다란 변동없이 WHC 회의에서 최종 결정문이 된다. 등재 결정문은 영어 혹은 불어로 작성된다.
등재 (초안) 결정문이 어떤 구조인지 논란 중인 일본 산업유산을 보기로 들어 살펴본다.
모든 등재 결정문은 패턴이 같다. 즉, 그 어떤 결정문도 WHC를 주어로 내세워 이 위원회가 어떤 유산을 무엇을 근거로 해서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다는 내용을 담는다.
그 1항은 WHC가 해당 문서를 검토했다는 내용을 기술한다. 예컨대 일본 산업유산에 대한 결정문 초안은 "Having examined Documents WHC-15/39.COM/8B and WHC-15/39.COM/INF.8B1"이라 표현한다. 여기서 15는 2015년을, 39는 39차 세션이라는 뜻이며 8B 혹은 8B1은 문서의 종류로서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한 문건을 표시한다.
이어 제2항에서는 해당 국가에서 신청한 유산을 등재한다거나 보류한다 등등의 문구를 삽입한다. 단, 이 경우 해당 유산을 어떠한 기준으로 세계유산 등재 심사했는지를 표시한다. 이 기준이란 세계유산협약 운영지침이 규정한 10개 기준을 말하는데, 1~6번은 문화유산, 7~10번은 자연유산에 해당한다. 이 2항으로써 세계유산 등재 여부는 판가름난다.
일본 산업유산에 대한 결정문 초안은 "Inscribes the Sites of Japan's Meiji Industrial Revolution: Iron and Steel, Shipbuilding and Coal Mining, Japan, on the World Heritage List on the basis of criteria (ⅱ) and (ⅳ)"라고 한다.
등재기준 ⅱ와 ⅳ를 근거로 해당 유산을 세계유산에 등재한다는 뜻이다.
그런 다음 3항에서는 2항을 더 자세히 설명하는 내용을 담는다. 세계유산이 되기 위해서는 ▲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Outstanding Universal Value) ▲ 완전성(Integrity) ▲ 진정성(Authenticity) ▲ 보존관리조항(Protection and management requirements)의 네 가지 가치 혹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 중에서도 '탁월한 보편적 가치'는 세계유산이 되기 위한 절대 조건이다.
그래서 3항은 모든 유산에 대해 예외 없이 "Adopts the following Statement of Outstanding Universal Value:"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WHC는 해당 유산이) 다음과 같은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녔다는 기술문을 채택한다"는 뜻이다.
그런 다음 결정문은 이에 대한 "Brief synthesis", 다시 말해 개요를 먼저 설명하고 그런 다음에 완전성과 진정성, 그리고 보존관리조항을 차례로 나누어 서술한다.
이후 4항 이하는 WHC가 해당 국가에 대해 권고하거나 요구하는 사항을 담게 된다. 그래서 4항은 대체로 "Recommends that the State Party give consideration to the following:"라는 식으로 시작한다. "WHC는 해당 국가가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해 줄 것을 권고한다"는 뜻이다.
보통 세계유산 등재 유산 결정문은 이 4항으로 끝나지만, 일본 산업유산은 6항까지 이어진다.
그렇다면 일본 산업유산 중에 조선인 강제동원이 있었다는 내용이 들어간다면 어느 부분에 어떤 형식으로 들어가게 될까?
세계유산 전문가들에 따르면 3항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기술하는 내용 중 'Brief synthesis' 마지막 부분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고 예상한다. 초안에는 없던 이런 내용은 "Noting that"이라는 형식으로 기술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이러한 점을 인지한다"는 정도의 뜻을 지닌 문구다.
다만 이 문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표시될지는 정확한 내용이 알려진 바가 없다.
추가라고 하지만, 이런 내용이 들어가기만 하면 그것은 엄연히 세계유산 등재 결정문의 일부라는 점에서 한국 외교력의 개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 국내 세계유산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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