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8주년·130여곡 발표…"가수로서 값어치 있는 게 최선"
김현정 "'토토가' 하늘이 준 기회…목숨 걸고 나왔죠"
새음반 타이틀곡 '어텐션' 활동…프로듀싱 맡아 자작곡 수록
데뷔 18주년·130여곡 발표…"가수로서 값어치 있는 게 최선"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가수 김현정(39)이 새 음반을 내고 방송 활동에 나서는 건 4년4개월 만이다.
2011년 2월 '1분 1초' 활동을 끝으로 뮤지컬 '드림 헤어'에 출연하고 KBS 1TV 대하사극 '대왕의 꿈'에서 연기에도 도전했다.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며 가요계와 거리를 두던 그가 재조명 받은 계기는 1990년대 스타들이 출연한 MBC TV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토토가)였다.
'롱다리 섹시 가수', '댄스 퀸'으로 불린 그가 파워풀한 고음으로 '그녀와의 이별', '멍'을 부르며 무대를 누비자 시청자들은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되살렸다.
탄력을 받아 김현정이 26일 새 음반 '투게더 포에버 18'(Together Forever 18)을 발표했다.
이날 강남구 청담동에서 만난 그는 "'토토가'를 통해 잃어버린 나를 찾았다"며 "1990년대 세대에 영향을 준 노래들이 한 자리에서 불린 건 하늘이 준 기회였다. 저뿐 아니라 모두의 감흥이었다. 제가 '제2의 전성기'란 말을 들을지 몰랐다"고 시원스레 웃었다.
사실 그는 7집의 'B형 남자'(2004) 이후 발표한 음반이 크게 히트하지 못했다. 8집의 '살짝쿵'(2008) 활동 이후엔 음반제작으로 생긴 부채도 갚아야 했다.
지난해부터 1990년대 가수들의 여러 합동 공연에 나서며 차곡차곡 저금한 돈으로 제작한 게 이번 음반이다.
그는 "감사하게 노력했더니 또 음반이 나왔다"며 "어느 때보다 특별하고 간절하다. 목숨 걸고 나왔다"고 강조했다.
"사실 '토토가' 이전부터 음반을 준비했는데 지난 1년 동안 머릿속에 음악 작업밖에 없었어요. 음반이 잘 돼야 그다음에 또 낼 수 있으니까요. 심기일전하려고 저녁에 딸기 우유만 먹으며 다이어트도 해 '토토가' 때보다 6㎏을 감랑했죠."
4집의 '떠난 너'(2001)부터 프로듀싱에 참여한 그는 처음으로 직접 작사·작곡·편곡한 노래를 타이틀곡으로 내세웠다. 이번 작업을 하며 편곡팀 '빅 메시지'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요즘은 싱어송라이터들이 많고 아이돌 가수도 직접 곡을 만든다"며 "아티스트가 자기 곡을 만들고 프로듀싱하는 건 노력한다는 측면에서 좋은 모습인 것 같다"고 말했다.
타이틀곡 '어텐션'(Attention)은 요즘 가요계에서도 '핫'한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사운드를 품었다. 도입부터 한층 강렬해진 '김현정 표' 댄스곡이다. 돌고래 소리처럼 2옥타브 '라'까지 올라가는 시원한 고음이 인상적이다.
노랫말에서도 변화가 엿보인다. 지금껏 '다 돌려놔~'('멍')라며 당당하고 센 여성을 대변했다면, 이번엔 '이렇게나 끌리는 날 너 받아주겠니~'라며 사랑 앞에서 한층 간절해진 모습이다.
블랙 코미디인 이 곡의 뮤직비디오도 총격전과 자동차 추격전이 담겨 스케일이 크다. 그는 '엽기적인 그녀'로 등장해 남자를 골탕먹이는데 결국 이 모든 게 남자의 상상이었다는 반전이 재미있다.
또 다른 곡 '순정'은 5집 곡을 리마스터링해 담았다. 애절한 피아노 연주로 시작하는 이 곡은 리드미컬한 록 사운드로 전개된다. 김현정이 직접 쓴 노랫말에는 한 여자의 순종적인 사랑이 표현됐다.
'빈말'은 김현정의 절제된 창법이 돋보이는 발라드다.
이번 음반의 3곡을 더해 총 131곡을 발표했다는 그는 "이젠 춤을 추며 고음을 내는데 체력이 달린다"고 웃었다.
1997년 데뷔해 올해로 18주년. 그는 1990년대 가요계 황금기를 누린 마지막 세대다.
고교시절 헤비메탈을 했고, 기획사 오디션을 보면서 입소문이 나 캐스팅됐다. 1996년 작곡가 최규성과 1집의 '그녀와의 이별'을 작업해 1997년도에 등장했다. 바로 주목받진 못했지만 거짓말처럼 노래가 상승하며 역주행했고, 3집의 '멍'(2000) 때는 대중적인 히트 가수로 떠올랐다.
그는 "S.E.S, 핑클과 비슷하게 데뷔한 세대"라며 "이후 이정현, 박지윤, 백지영 등 솔로 여가수들과 라이벌로 불렸다. 이들뿐 아니라 신화, 젝스키스, 비와도 1위 후보에 같이 올랐다. 6집의 '끝이라면'(2006)을 마지막으로 1위 후보와는 거리가 멀어졌다"고 돌아봤다.
화려한 시절을 누렸지만 힘든 시간도 있었을 터.
그는 "정말 힘들 때는 완전히 동굴 속에 들어가버리는 스타일이어서 영화 보거나 책 읽고 기도하며 지냈다"며 "힘든 일도 있었지만 다 지나간 일이고 온전히 내 몫이니 내 안에서 해결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파이팅'이 넘쳤다.
"성공이란 걸 했을 때 어떤 맛이란 걸 상상하며 파이팅하는 거예요. 전 가수가 아니면 안 됐고, 앞으로도 가수로서 값어치가 있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다음 음반을 내기 위해서라도 힘을 내야죠."
어느덧 그는 골드 미스로 불린다. 결혼 생각은 없을까.
그는 "일은 노력하는데 연애는 노력하지 않는 것 같다"며 "시집은 가고 싶은데 쉽지 않다. 연애에 대해선 마음을 열어두려 한다. 다정다감하고 가정적인 남자를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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