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제재 제3국적자…北과 WMD·정밀기계 거래혐의(종합)
전원 이미 美 'WMD 제재' 대상…美서 실형 받기도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김효정 기자 = 북한과의 무기거래 혐의로 우리 정부의 금융제재 대상에 오른 대만·시리아 국적의 개인·기관과 이들의 거래 내용이 주목된다.
정부가 26일 지정한 금융제재 대상은 대만 국적의 개인 3명과 기관 3곳, 시리아 국적의 기관 1곳 등이다.
이들 개인·기관은 모두 관련 혐의로 이미 미국 정부의 금융제재 대상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으며, 체포돼 미국에서 실형을 받은 사례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자나 지원자의 자산을 동결하는 미국 행정명령 13382호에 따라 이미 제재를 받고 있는 것이다.
대만인 차이시엔타이(70, TSAI Hsein Tai)는 무기 가공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정밀가공 공작기계를 북한에 판매한 혐의로 지난 3월 미국 일리노이주 북부지구 연방지방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형을 이미 선고받은 인물이다.
차이시엔타이는 앞서 유엔 안보리 제재대상인 북한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를 지원한 일로 2009년 1월 미국 재무부로부터 금융제재를 받았다.
당시 재무부가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그는 이번 제재 대상 기관인 대만의 '글로벌 인터페이스 컴퍼니'(Global Interface Company Inc.)의 주주이자 사실상 회장 노릇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제재 대상인 '트랜스 메릿츠'(Trans Merits Co. Ltd.)는 '글로벌 인터페이스 컴퍼니'의 자회사라고 재무부는 명시했다.
차이시엔타이는 미 정부로부터 금융제재를 받은 이후에도 대만 회사를 통해 북한에 정밀가공 공작기계와 유류펌프 같은 기계부품을 수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8년 대북 수출 금지 품목을 북한에 수출한 혐의로 대만에서도 기소된 바 있다.
지난 2009년 차이시엔타이와 함께 제재를 받았은 수 루치는 당시 재무부 보도자료에 차이시엔타이의 아내로 표기됐다.
그는 글로벌 인터페이스 컴퍼니와 트랜스 메릿츠의 운영에도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미 재무부는 파악했다.
또 다른 대만인 제재 대상자인 창 웬후(CHANG Wen-Fu)는 북한으로 무기 관련 부품을 수출하는 거래에 관여한 혐의로 지난 2013년 5월 미 재무부의 자산동결 제재대상에 올랐다.
그가 최고경영자(CEO) 있던 '트랜스 멀티 미케닉스'(Trans Multi Mechanics Co. Ltd.)도 우리 정부의 이번 제재대상에 올랐다.
차이시엔타이는 북한으로 무기관련 부품 운반을 위해 창 웬후가 대표를 맡은 '트랜스 멀티 미케닉스'를 이용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또 다른 제재 대상 기관인 시리아의 '과학연구조사센터'(Scientific Studies and Research Center)는 시리아 국방부 산하기관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 다마스쿠스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기관은 특히 대랑살상무기(WMD)인 생화학무기나 미사일 개발에 관여한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시리아 과학연구조사센터는 이들 무기 개발에 관여한다는 의혹을 국제사회로부터 지속적으로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이들 개인·기관의 대북 불법거래 혐의에 대해 수개월 가량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금융제재 조치에 대해 "일부는 이미 미국 등이 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가 참여함으로써 제재 실효성을 높이고, 이와 유사한 거래 행위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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