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독자 대북 금융제재…남북관계 경색 심화될듯
유엔 북한인권사무소 개소 사흘만에 독자적인 제재 추가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정부가 26일 북한과 무기거래를 해온 것으로 의심되는 제3국 기관과 개인에게 금융제재를 내림에 따라 남북관계의 경색 국면은 한층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엔 북한인권사무소의 서울 개소로 대북 인권 압박의 전면에 나선 정부가 이번 금융제재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압박 강도까지 높인 것으로, 북한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번 금융제재는 박근혜 정부가 북한과 관련해 독자적으로 발동한 첫 제재 조치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정부가 북한을 겨냥해 독자적으로 발동한 기존 제재는 2010년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내린 5·24 조치가 유일하다.
5·24 조치는 남북 교역과 인적 교류를 끊고 인도주의적 목적과 무관한 대북 지원사업도 중단한 고강도 제재다.
5·24 조치는 한때 활발했던 남북 교역을 급격히 위축시켰으며 남북관계가 장기 경색 국면에 빠지도록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의 선결 조건으로 5·24 조치의 해제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5·24 조치 이후 정부는 독자적인 북한 관련 제재를 발동하지는 않았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는 데 머물렀다.
안보리가 금융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북한의 개인은 12명, 기관은 20곳이며 정부는 안보리와 보조를 맞춰 이들에 대한 제재를 유지해왔다.
정부가 안보리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번에 독자적인 제재를 발동한 것은 대북 압박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 당국자도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더 강한 압박과 설득을 하고 있다"며 "그런 정책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금융제재 조치는 지난 23일 유엔 북한인권사무소가 서울에 문을 연지 불과 사흘 만에 나왔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정부가 핵·미사일과 인권 양면에 걸쳐 단순히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에 동참하는 차원을 넘어 전면에 나서고 있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25일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을 통해 유엔 북한인권사무소의 서울 개소로 남북관계가 "수습할 수 없는 파국"에 들어섰다고 경고한 상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남북관계 개선이 물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은 유엔 북한인권사무소의 개소와 이번 제재 조치를 계기로 박근혜 정부의 대북 대화 의지가 없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며 "남북관계에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