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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니뮤직 제공>> |
메이예르 "독주악기 하프의 매력 보여주고 싶어요"
하피스트 라비니아 메이예르 새 음반 발매…내달 '대관령국제음악제' 참여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사람들은 주로 하프를 오케스트라에서 보조하는 악기로만 생각해요. 하지만, 혼자서도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답니다. 하프가 독주악기로 얼마나 매력이 있는지 보여주고 싶어요."
한국계 네덜란드 하피스트 라비니아 메이예르(32)가 내달 강원도 평창군 일대에서 열리는 클래식 음악축제 '대관령국제음악제'를 위해 한국을 찾는다.
한국에서 태어나 두 살 때 친오빠와 네덜란드로 입양된 그는 2009년 첫 내한공연 때 친아버지와 재회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메이예르는 네덜란드 최고 권위의 '네덜란드 음악상'을 수상하고, 2007년 카네기홀 데뷔 이후 세계 주요 무대에 오르는 정상급 연주자다.
첫 내한 이후 지난해 서울시립교향악단과의 협연까지 꾸준히 고국 관객들과 만나 왔지만, 대관령국제음악제는 이번이 처음이다.
'프렌치 시크(French Chic) 프랑스 스타일'라는 주제로 22일에 걸쳐 이어지는 이번 음악제에서 그는 다섯 차례 무대에 올라 드뷔시의 '달빛'과 '플루트, 비올라, 하프를 위한 소나타', 생상스의 '바이올린과 하프를 위한 환상곡', 라벨의 '인트로덕션과 알레그로' 등을 연주한다.
최근 드뷔시, 라벨, 사티 등 프랑스 작곡가들의 음악을 담아 낸 새 음반 '보야지'(Voyage) 수록곡들이다.
26일 이메일로 만난 메이예르는 "네덜란드에 있을 때 대관령국제음악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고, 초대를 받자마자 바로 응했다"며 "특히 이번 음악제의 주제가 새 음반과 잘 연결돼 좋았다"고 말했다.
"저는 더 많은 사람에게 하프를 알릴 기회가 있으면 다 하려고 합니다. 독주악기로서 하프가 어떤지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거든요. 이번 음악제가 '독주악기' 하프의 매력을 알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그는 "프랑스 작곡가들의 음악이 지닌 멜랑콜리함이 좋다"며 "그런 분위기가 하프와 잘 어울린다"고 했다.
"하프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악기에요. 듣는 사람과 소통할 수 있죠. 그것이 음악을 살아있게 하고요."
이번에 내놓은 새 음반에는 정통 클래식 곡들과 함께 '아멜리에' 등으로 유명한 영화음악가인 얀 티에르상의 음악도 담았다.
"하프가 갖는 새로운 가능성과 영감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지난 세기의 음악과 이번 세기의 곡을 함께 연주하면서 마치 여행을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음반 제목도 '보야지', 즉 '여행'이라고 지었습니다."
영화음악, 무용 등 다른 장르와의 협업에도 적극적인 그는 한국 전통음악에도 관심이 많다. 언젠가 가야금 명인 황병기의 작품과 민요 '아리랑'을 하프로 연주하는 꿈도 꾼다.
"예전에 한국에 와서 황병기 명인을 만나고 그의 음악을 들은 이후 그 음악을 하프로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가야금을 처음 접했을 때 대단한 발견이라고 느꼈죠. 지금은 그 음악을 이해해나가고 적합한 곡을 찾는 탐색 단계고요. 가야금 연주기법을 하프에 적용해보기도 했는데, 공통점이 많더군요. 둘 다 현과 현이 손가락 끝과 교감하거든요. 그런 연주기법은 소리의 질감을 다르게 하죠."
메이예르는 2009년 이후 여러 차례 한국에 오면서 고국을 진심으로 좋아하게 됐다.
"두 살 때 입양됐으니 한국에 대한 기억이 하나도 없죠. 그러다 첫 방한 직전에 친아버지로부터 편지를 받은 거예요. 그전까지 먼 나라였던 한국이 갑자기 나와 연결된 어떤 곳으로 다가왔죠. 하지만, 막상 처음 갔을 때는 그저 관광객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저를 흥미롭게 생각하더군요. 어느 날 공연 후 한 여성이 찾아와 저의 손을 꼭 잡고 '이 많은 세월이 지나 돌아와서 이렇게 멋진 연주를 해줘 고맙다'고 했어요. 뭔가 축복을 받은 기분이었죠. 그 이후로 마음을 더 열 수 있게 됐어요. 계속 한국을 오가면서 사람들과 문화 모두가 좋아졌고요. 친구들도 생겨 이제는 자유시간에 친구들도 만나고 쇼핑도 하고, 한국 음식도 먹으러 다닌답니다.(웃음)"
그는 요새 하프와 전자음악을 접목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관객이 있는 한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할 거예요. 그들과 교감하기 위해서요. 앞으로 다양한 작곡가들과 일하면서 하프만을 위한 음악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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