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모깃불 '비상'…주택 태우고 사람 목숨까지 위협
'심부 온도 700℃' 모깃불, 이불·의류에 쉽게 옮아붙어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임미나 기자 = '모깃불이 사람 잡는다'.
여름 불청객 모기를 퇴치하려 무심코 모깃불을 피우다가 집을 홀라당 태우고 목숨까지 잃을 수도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지난 24일 모깃불로 프로야구 경기가 중단되는 일이 생겼다. 이 사고는 창단 첫 1위를 달리는 NC와 중위권 탈출을 꿈꾸는 KIA의 경기가 한창이던 경남 창원 마산구장에서 발생했다.
두 팀의 열전은 1회 말이 끝나자마자 중단됐다. 난데없는 시꺼먼 연기가 구장을 뒤덮었기 때문이었다.
구장 인근 마산 합포구 산호동 주택에서 난 불로 연기가 구장까지 번진 것이다.
화재의 발단은 모기였다. 낡은 2층짜리 목재 주택에 세들어 살던 할머니가 모기를 쫓으려 집 앞 공터에서 낙엽과 나뭇가지 등을 모아 불을 지폈다. 때마침 비가 오려 하자 불을 끄고 남은 낙엽 등을 모아 주방 옆 창고에 가져다 놨다.
그런데 타다 남은 불씨가 되살아나 집까지 태워버렸다. 꺼진 불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할머니의 부주의 탓이었지만 어쨌든 화재 동기는 모기였다.
이 불은 인명 피해 없이 꺼졌지만 500만원(소방서 추산)의 재산 피해를 내고 프로야구까지 10여분간 중단시키는 보기 드문 결과를 초래했다.
이달 12일에도 인천 연수구 청학동의 한 상가주택 2층 베란다에서 모기를 퇴치하려다 불이 난 적이 있다.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꺼진 가벼운 화재였지만 거주자가 모기를 잡으려고 모기향을 피웠다가 베란다에 쌓아둔 퇴비로 옮아붙어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됐다.
모깃불이 목숨을 앗아간 일도 있었다.
2013년 10월 서울 성북구의 한 고시원에서 참사가 발생했다. 입주자 한 명이 침대 밑에 피워놓은 모깃불이 주변 휴지 등에 붙으면서 고시원이 전소됐다. 이 불로 한 명이 숨지고 2천200만원(소방서 추산)의 재산 피해가 났다.
여름철 모기향을 피우다 불이 나면 재산 피해와 별도로 거액의 배상금을 물어야 한다. 이런 사례는 법원 판례에서 확인된다.
2006년 11월 서울의 한 주택에 세들어 산 김모씨는 셋방에서 불이 난 탓에 4년 후까지 법정 신세를 져야 했다. 보험사가 집주인에게 보험금 1천160만원을 지급하고서 자신에게 구상금 소송을 냈기 때문이다.
소방당국은 김씨 아내가 안방 창문틀에 피운 모기향으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했지만, 김씨는 낡은 전선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법원은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은 2010년 '화재 발생 원인이 불명인 때 임차인이 책임을 면하려면 임차건물의 보존에 관해 관리자로서 주의의무를 다했음을 입증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2009년 5월)를 근거로 김씨에게 패소 판결을 했다.
모기향 때문에 가재도구를 태우는 것도 모자라 세입자에게 부담하기 버거운 액수의 돈을 날린 것이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26일 "모기향 불의 심부 온도는 섭씨 700도 이상이어서 이불이나 의류 등에 닿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모기향 받침은 불연성 재질로 하고 바닥의 넓이는 모기향 불보다 넓은 것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문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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