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실, 여왕 'EU 발언' 논란 진화 나서
"'분열은 위험'을 EU 잔류 지지로 해석한 건 확대해석"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유럽의 분열은 위험하다"고 한 발언이 논란을 불러일으키자 왕실이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왕실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여왕의 연설은 분열의 위협과 통합의 혜택 자체를 주창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 대변인은 "늘 그래 왔듯 여왕은 정치에 개입하지 않고 있으며 유럽연합(탈퇴)에 관해 정치적으로 중립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왕 연설이 총리실에 사전에 전달되는 관례를 따랐는지를 묻는 질문에 "다른 국빈 만찬 때도 적용됐을 그런 절차를 따랐다"고 답변해 미리 전달했음을 내비쳤다.
독일을 국빈방문 중인 여왕은 전날 독일 대통령궁에서 열린 국빈 환영 만찬 연설에서 "우리는 유럽의 분열은 위험하며 우리 대륙의 동부는 물론 서부에서도 이로부터(분열로부터) 지켜야 함을 알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선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럽의 분열은 위험하다"고 한 이 발언은 영국 언론들에 의해 여왕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논란을 촉발했다.
여왕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영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EU 협약 개정을 추진하고 이를 바탕으로 2017년까지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치르겠다고 약속했다.
친보수당 성향의 일간 텔레그래프는 "여왕 연설은 여왕이 EU 논쟁에 입장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일간 인디펜던트는 "여왕이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예상 밖의 경고를 내놨다"면서 여왕이 EU 잔류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했다.
일간 가디언 역시 "여왕이 EU 잔류를 바라고 있음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인디펜던트와 가디언은 지난달 총선을 앞두고 EU �퇴 국민투표 시행에 반대한 노동당 지지를 선언했다.
여왕 발언을 둘러싼 논쟁은 EU 협약 개정에 관한 캐머런 총리의 EU 정상회의 첫 공식 연설을 하루 앞두고 나와 증폭됐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 브뤼셀에서 개막한 EU 정상회의에서 연설을 통해 EU 협약 개정에 대해 언급할 예정이다. 다만, 그는 자세한 요구 사항 대신 방향성만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캐머런 총리가 정상회의를 앞두고 지난 1개월 동안 많은 EU 정상들과 개별적으로 면담한 결과, 대부분 협약 개정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영국의 제안들은 "유럽 모두에 위험하지 않은 방식으로만 논의될 수 있다"면서 "EU의 본질적 가치들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 영국 BBC는 캐머런 총리가 국민투표 시한인 2017년 말까지 EU 협약 개정이 불가능할지 모른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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