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석유회사들, 핵협상 타결 앞두고 이란서 투자논의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이란 핵협상 시한이 닷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유럽 석유회사들이 잇따라 테헤란을 방문해 이란 당국과 투자 논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로열 더치 셸과 에니의 임원들은 최근 이란 테헤란을 방문해 현지 정부 당국자들과 이란 내 에너지산업 투자 재개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달부터 이어진 유럽 석유회사들과 이란 정부와의 만남은 세계 3위 석유·가스 매장량을 자랑하지만, 생산능력을 높이려면 수백억 달러의 해외투자자금이 필요한 이란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셸 대변인은 "이달 테헤란의 거래상대를 만나 핵협상 타결로 제재가 풀리면 투자협력을 할 수 있는 후보지로 어디가 마땅한지 논의했다"면서 "제재가 풀리면 이란의 에너지 생산능력을 높이는 데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이란 정부와 협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이란의 하루 원유생산량은 270만 배럴이지만, 핵협상 타결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대이란 제재가 풀린다면 2017년까지 60만 배럴 가량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에너지 컨설팅사 우드 매켄지는 전망했다.
이 회사는 500억 달러의 해외투자자금이 들어온다면 이란의 원유생산량이 2025년에는 440만 배럴까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탈리아 최대 석유회사인 에니의 최고경영자(CEO) 클라우디오 데스칼치는 지난달 비잔 남다르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을 만나 이란의 석유가스산업에 대한 투자재개 가능성을 논의했다.
이란은 2020년까지 원유생산능력을 500만 배럴까지 끌어올린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란이 2010년 떠난 해외석유회사들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과거보다 훨씬 매력적인 계약조건을 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은 해외투자기업들에게 돌아가는 이익과 관련해서도, 과거 고정액을 지급했다면 지금은 리스크와 원유가격에 따라 유동적으로 정하고 계약기간도 최대 30년까지 연장한다는 계획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회사의 페라이둔 페샤라키씨는 "이란은 주요 석유회사들의 복귀를 원한다"면서 "셸과 프랑스 토탈, 이탈리아의 에니, 러시아의 루콜리의 CEO들이 이달 이란 석유장관을 만났다"고 전했다.
그는 "계약조건은 좋아 보였다"면서 "이란은 이라크나 아랍에미리트, 멕시코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이란의 원유 수출량은 작년에 140만 배럴가량으로 제재가 내려지기 전인 2011년 260만 배럴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제재가 해제돼 이란산 원유가 시중에 풀리면 원유가격은 배럴당 5∼15달러 떨어질 것이라고 EIA는 내다봤다.
한편, 이란과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이 합의한 핵협상 시한은 이달 말까지다. 6개국과 이란은 지난 4월 이란이 핵개발 활동을 중단하는 대신 국제사회의 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의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으나 제재 해제 시점 등 세부사항을 놓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진통을 겪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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