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사람을 모르시나요" 한국전 사진속 미군찾기 운동
한국천 참전 여군-참전자 손녀가 캠페인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사진 속에는 돌아오지 못한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계실 것입니다."
미국 국방부가 한국전쟁 초기에 촬영한 흑백사진 속 인물들이 한국전 참전 여군과 참전자 손녀가 3년째 벌이고 있는 캠페인을 통해 속속 유족과 '상봉'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한국전에 참가한 여군인 베티 퍼킨스-카펜터(85), 다른 참전자의 손녀인 티아나 스티븐스가 주인을 찾아주려는 사진은 모두 138장이다.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시작된 이후 초반기 3개월여 동안 촬영된 이들 흑백사진은 화질이 좋아 젊은 병사들의 표정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진 뒷면에는 푸른 잉크로 캡션까지 새겨져 있다. 일부는 등장인물의 이름, 계급, 위치가 적혀 있지만, 대다수는 신원, 장소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국방부 공식 사진'으로 출처를 표기해달라는 문구가 공통으로 들어있는 것으로 보아 미국 정부의 언론배포 사진이었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이들 사진은 부친이 지역 신문사에서 일하면서 수집한 유품이라며 브랜다 크래턴버그라는 여성이 한국전참전자협회에 기증하면서 세상에 다시 나왔다.
퍼킨스-카펜터는 협회 회원으로서 이 사진을 2012년 협회 기관지를 통해 1차로 공개했고 지역 방송국에도 제공했다.
그는 "전쟁터에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아버지도 있고 돌아오지 못한 할아버지도 있다"며 "돌아온 이들이 80대가 돼 주인을 찾아줄 시간이 촉박하다"고 말했다.
퍼킨스-카펜터와 함께 캠페인을 주도하는 스티븐스는 지역 방송이 보도한 사진 속에서 2005년 작고한 조부의 16세 때 모습을 찾았다.
스티븐스는 "할아버지를 바로 알아봤다"며 "잃어버린 보물을 찾은 것 같은 엄청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조부의 다른 사진과 대조해 주인이 맞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서 다른 주인들을 찾아주는 운동에 뛰어들었다.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 시청에서 홍보담당 공무원으로 일하는 스티븐스는 사진업체 '코닥 알라리스'의 협조를 얻어 사진을 안전하게 스캔했다.
지역언론 '데모크라트 앤드 크로니클'의 도움을 받아 캠페인을 홍보할 웹사이트도 개설했다.
자신의 젊은 시절을 다시 발견한 참전자나 잃어버린 가족의 숨겨진 면모를 목격한 이들은 감회에 젖을 수밖에 없었다.
참전자 해리 �(86)은 일본 오키나와에서 동료와 함께 1950년 7월 B-29 폭격기에서 폭약을 점검하는 자신의 22세 때 모습을 보고 넋을 잃었다.
�은 "정말 갑자기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며 "사진 찾아주기가 흥미롭고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상공에서 적의 공격을 받으며 작전을 수행했고 그 과정에서 동료가 많이 죽었다"며 "한국전이 소규모 충돌이라고 보는 이들이 있지만 실제로는 사람이 많이 죽은 전쟁이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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