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위로문자 우수작 제출요구…"전시행정에 넌더리"
교총 긴급 설문…교원들 "당국의 휴업기준 명확화가 가장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의료기관 종사자와 메르스 격리자에게 감사편지와 위로 문자 보내기 운동을 벌여 우수작을 학교별로 교육청에 제출하라더군요. 가정에 있는 체온계를 학교에 기부하기 운동을 벌여 결과를 집계해 보고하라는 지시도 있었어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이 전국의 유치원과 초·중·고교 등 교사와 행정직 3천364명을 상대로 지난 19∼22일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한 교직원이 밝힌 내용이다.
이 교원은 "교육청에서 교사들의 근태상황을 다 파악해서 메르스와 관련 없는 연가나 병가 현황을 제출하라고도 했다"며 "지나친 보여주기식 행정에 넌더리가 난다"고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선 학교 교원들은 교육당국의 전시행정성 지시가 남발돼 학생들을 상대로 한 메르스 확산 방지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한 교원은 "휴업에 따른 등교 중지와 출석 여부를 교육청의 초·중등교육과에서 한 번만 조사하면 되는데, 평생건강과에서도 똑같은 조사를 해 공문을 요구했다"며 "교육청의 일의 체계가 전혀 잡혀 있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현장의 교원들은 정문 앞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발열검사를 하라는 교육당국의 방침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한 교사는 "불특정 다수가 드나드는 병원과 달리 학교는 왜 교문에서 측정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의학적·보건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예방법인가"라고 되물었다.
발열 검사 방식을 설문한 결과 교문에서 모든 학생을 검사하고 있다는 응답은 31.2%로 가장 많았다.
교육 당국의 전교생 대상 발열검사 실시 방침과 달리 '별도의 단체 검사 없이 발열이 있다고 하는 학생만 검사하고 있다'는 응답도 18.5%나 됐다.
'한 발 느린' 교육 당국의 움직임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 교사는 "일선 학교에서는 메르스 사태를 직감했을 때 체온계와 손세정제 마스크를 전쟁이 난 것처럼 구입하고 교육하는데 정작 교육청의 예산과 지원은 2∼3주가 지나서야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메르스 예방을 위한 정부 당국의 행정·재정지원이 부족하다는 의견은 절반에 가까운 44.3%로 나타났다. 충분하다는 의견은 22.9%에 그쳤다.
메르스 확산 방지와 안정적인 학교 운영을 위한 지원책으로 가장 필요한 것에 대한 질문에는 교육당국의 휴업기준 명확화가 32%로 가장 많았다.
한 교원은 "긴급한 사안이 생기면 교육부와 교육청 모두 책임 회피를 위해 학교에 재량권이 있다고 얘기하고 그 책임을 학교 측에 모두 떠넘기려고 한다"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보건당국의 협력체제에 대해 일선 교원들은 100점 만점에 평균 60.2점의 점수를 줬다.
교육 당국과 보건당국의 협력이 잘 이뤄지고 있다는 응답은 35.7%였고 잘 안 되고 있다는 비율은 30.4%로 나타났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