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위 오른 문학 권력…창비 남은 과제는

편집부 / 2015-06-24 16:28:04
'전설' 수록 책 출고정지…문학 권력화 해결 숙제 남아

도마 위 오른 문학 권력…창비 남은 과제는

'전설' 수록 책 출고정지…문학 권력화 해결 숙제 남아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신경숙 소설가의 '전설' 표절 의혹 파문에 신씨가 사과하고, 출판사 창비가 작품집 출고를 정지한 가운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문학 권력'의 핵심 구성원으로 지목된 창비와 대형 출판사들이 어떤 방향으로 개선의 움직임을 보일지 주목된다.

창비는 신씨가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밝힌 뜻에 따라 '전설'이 실린 단행본 '감자 먹는 사람들'의 출고를 정지했다.

그러나 지난 18일 강일우 대표 이름의 사과문에서 언급한 "내부 시스템 재점검"과 "필요한 후속조치"는 아직 구체적으로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창비가 책 편집·재출간 등 기술적인 부분 외에 '문학 권력'으로 지적받은 내부 모순을 바로잡는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계간 '창작과 비평' 편집주간인 백낙청 문학평론가가 신씨를 '한국문학의 보람'이라고 표현하는 등 평론가들이 신씨를 상찬해온 점이 베스트셀러 작가가 출판사와 문예지, 평론가의 비호를 받는 '산업으로서의 문학'의 단면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유성호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24일 "백낙청 주간을 비롯해 그동안 창비 진영 평론가들이 신씨를 상찬한 내용을 정면으로 뒤집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다만 이런 사회적 요구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정확히 알고, 앞으로 어떤 비평적인 준거와 기준을 가지고 해나가겠다는 의견 표명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창비가 문학동네, 문학과지성사 등 대형 문학 출판사들이 누리던 '침묵의 카르텔'을 깨는 데도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른다.

스타 작가가 대형 출판사에서 번갈아 가며 작품을 내고, 이들 대형 출판사는 표절 등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작가를 호위하며 문제를 덮어버린 행태가 결국 곪아 터졌다는 지적 때문이다. 대형 출판사의 문학상·등단 제도가 '리그'에 들어올 작가를 선발하는 장치가 됐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유 교수는 "창비를 포함해 '문학 권력'으로 지목된 출판사들은 자신도 처음 출판을 시작할 때는 기성 문단에 대한 비판을 내세운 것을 상기해야 한다"며 "스스로 권력화한 것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고 기획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보선 시인은 전날 한국작가회의와 문화연대 공동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대형 출판사와 등단·문학상 시스템이 작동하는 한 표절 가능성과 표절의 은폐 가능성은 언제나 남아 있다"며 "독자와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생태계여야 하는 한국 문학을 폐쇄적인 조직으로 만드는 제도적 장치가 이번 사태로 분명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시영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은 트위터를 통해 "한국문학에 어느 특정한 작가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재능을 꽃피우지 못한 '과소평가'된 시인·소설가들이 많다"며 "그들에게도 눈길이 가는 비평이 있어야 다양한 글쓰기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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