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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DB>> |
충북 지방의회 의장 수난시대…1년 만에 리더십 '흔들'
청주시의장 '조례 날치기 통과' 고개 숙여…도의장, 같은 당 원내대표가 공개 비판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집행부를 견제해야 할 충북 지방의회 수장들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리더십과 관련해 같은 당 의원의 쓴소리를 듣는가 하면 조례 날치기 처리라는 비판을 받아 본회의장 의장석을 점거당한 뒤 끝내 고개를 숙인 의장도 있다.
취임 1년밖에 안됐지만 리더십과 권위가 실추되면서 남은 1년간의 전반기 의회를 제대로 이끌 수 있겠느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제10대 도의회를 이끄는 새누리당의 이언구 의장은 역대 어느 의회보다 집행부 견제·감시에 열성이었고 소통·참여의 '현장 의정'을 펼쳤다고 자평하고 있다.
이전 의회보다 의안 처리, 조례 제·개정, 5분 자유발언이 눈에 띄게 늘었고, 이 의장이 이런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앞장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이 의장의 리더십 문제가 불거졌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 의해서가 아니라 같은 당 새누리당에서 터져 나왔다. 도의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인 임병운 의원이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임 의원은 지난 22일 도청 기자실을 찾아 "이 의장이 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자기 생각에 몰입된 것 같다. 이 의장의 '의원 경시 풍조'가 걱정스럽다"고 일침을 가했다.
중요 사안에 대한 같은 당 의원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도의회 의석 31석 가운데 새누리당이 21석, 새정치연합이 10석이다.
이 의장은 지난해 7월 총 31명의 의원 중 29명의 지지를 얻어 의장에 당선돼 도의회 장악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에 같은 당 동료 의원의 공개적 비판을 받을 정도라면 누가 옳고 그른지를 떠나 리더십에 물음표가 찍힐 수밖에 없다. 이런 상태라면 남은 1년의 전반기 의장직 수행도 버거울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도의원들을 통제할 수 없는 '레임덕'에 처했다는 얘기가 도의회 안팎에서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새누리당 김병국 청주시의장도 체면을 구겼다.
지난달 21일 새누리당 시의원들만으로 청주시의 새 상징마크(CI) 관련 조례를 의결한 게 화근이었다.
이로부터 한 달만인 지난 22일 정례회가 열렸지만 김 의장은 새정치연합 측의 저지로 의장석에 앉지 못했다. 몸싸움까지 벌였지만 끝내 저지당했다.
여야 의원들의 신망을 두루 받았던 김 의장이었지만 사퇴까지 요구하는 야당의 거센 항의에 끝내 고개를 숙이는 수모를 당했다.
CI와 관련해 집행부에 재검토를 권고하고 의결 과정을 무시한 데 대해 사과한 것이다.
그는 지난해 7월 의원용 순금배지를 단체 구매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거진 사치 논란과 따가운 여론의 시선을 받은 데 이어 이번 CI 파문까지 겹치면서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게 됐다.
집행부를 견제해야 할 시의회가 무리하게 같은 당 소속이라는 이유로 이승훈 청주시장의 '호위무사' 역을 자처한 데 따른 후폭풍이었다.
수적 우위로 밀어붙여 새 CI 조례안을 통과시켰는데 이 시장이 "여야가 합의하면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혀 체면은 체면대로 구기고, 명분과 실리 모두 놓친 최악의 상황에 내몰렸다.
6·4 지방선거 당시 허위학력을 기재한 명함을 배포한 혐의로 기소된 지영섭 증평군의장도 지난 11일 당선 무효가 확정되면서 의원직을 상실, 불명예 퇴진했다.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의장이라면 편 가르기나 독단적인 행동이 아니라 여야를 막론, 폭넓게 소통하면서 합리적 리더십을 발휘해 집행부를 견제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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