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 '막말'…표현의 자유 범위와 책임 논란(종합)

편집부 / 2015-06-23 18:40:12
박래군씨, 朴대통령에 "마약한 거 아니냐" 독설 쏟아내

대통령에 '막말'…표현의 자유 범위와 책임 논란(종합)

박래군씨, 朴대통령에 "마약한 거 아니냐" 독설 쏟아내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관련해 대통령을 비난하는 말과 글이 늘어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장소에서는 폭언에 가까운 막말이 쏟아졌다.

비이성적인 극언이 확산한 것을 계기로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보장해야 할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세월호 참사 등 국민적 관심이 쏠린 사건에는 자연히 숱한 의혹이 생긴다. 사안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와 방식에 문제가 적잖은 탓이다. '의심되나 진위는 확인되지 않은' 사안에 제기되는 의혹은 정보가 투명하게 공유되면 줄어든다. 메르스 사태 이후 떠도는 대다수 의혹도 정부의 폐쇄적 행태에서 비롯했다. 합리적 근거를 토대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책을 촉구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 범위에 포함된다.

그러나 시민으로서 자유롭게 의혹을 제기할 권리를 누리는 만큼 책임도 뒤따라야 한다.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지 말도록 헌법은 규정하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는 무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22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기자회견에서 나온 막말은 표현의 자유를 남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박래군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은 경찰의 사무실 압수수색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상대로 비상식적인 의혹을 제기했다.

박 운영위원은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동안 박 대통령의 행적을 알 수 없다는 점을 거론하며 "청와대를 압수수색해 (당시 박 대통령이) 마약을 하고 있었는지 아닌지 확인했으면 좋겠다", "(박 대통령이 당시) 피부미용, 성형, 보톡스 시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어 한번 확인해봤으면 좋겠다" 등의 발언을 했다.

전문가들은 박 위원의 막말 원인을 놓고는 상반된 견해를 보였으나 발언 내용은 일탈적 방식이라는 데 대체로 공감했다.

진보성향의 사회학자인 A교수는 23일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부가 원인을 제공한 측면은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공식적인 조직에 몸담아 공적 지위를 지닌 사람이라면 공개적으로 의혹을 제기할 때 책임 있는 발언을 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라고 제언했다.

A교수는 "대통령의 행적이 7시간 동안 묘연했다는 비판은 충분히 할 수 있다"면서도 "사석에서나 할 법한 마약, 보톡스 이야기까지 꺼낸 것은 의혹 제기의 자유를 이미 넘어선 일탈적 방식의 문제제기로 시민 또는 공인의 책임이라는 측면에서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다른 사회학과 교수는 "의혹 제기 외에 다른 수단이 없는 사람들에게 권력자가 압수수색처럼 억압적 수단을 썼다면 절박한 나머지 갖가지 음모론적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런 부분을 공적인 자리에서 정제되지 않게 표현하면 자신들이 뜻한 바를 이루는 데 장애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 시민단체 활동가도 "대통령의 당일 행적을 공개하라는 계속된 요구를 정부가 무시해 왔다는 것이 사안의 핵심이겠지만 의혹 제기라고 하더라도 다소 지나친 표현을 사용했다는 지적은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런 의혹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개인적으로 제기하는 행위 역시 시민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김문조 고려대 명예교수는 "오늘날 사회는 개인 의견이 많은 사람에게 전파돼 공적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술적 여건이 갖춰진 상태"라며 "우리가 남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SNS에 의견을 남길 때는 자신이 공적 존재임을 생각해야 하는데 아직 시민은 그런 인식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메르스 사태처럼 다수 시민에게 직접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두고는 의혹 제기나 유언비어 유포 등 현상을 달리 봐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무조건 시민의 사회적 책임만을 강조할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메르스 사태 발생 이후 확진자 발생 병원이나 정부 방침 등과 관련한 근거 없는 이야기가 SNS 등을 매개로 다수 떠돌았다. 경찰 등 수사기관은 이를 범법행위로 보고 유포자 검거에 나서고 있다.

A교수는 "대통령의 7시간 동안 행적과 같은 문제는 책임의식이라는 관점에서 한 번쯤 성찰해서 의혹을 제기해야 할 사안이지만 메르스는 시민의 생명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의혹이나 소문 유포에 대한 시민적 책임 범주를 넘어서는 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WEEKLY HOT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