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총리, 채권단 벽 넘었지만 국내 반발 직면
시리자 일부 강경파 "협상안 반대"…30일 입법까지 험로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최종 협상안으로 국제 채권단은 일단 설득했지만 국내 반발을 잠재워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그리스 연립정부의 다수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강경파 의원들은 협상안이 가혹하다며 거부하겠다고 밝혔고 연정의 소수당인 독립그리스인당(ANEL) 파토스 캄메노스 당수도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그리스 일간 토비마 등에 따르면 국회부의장인 알렉시스 미트로풀로스 시리자 의원은 23일(현지시간) 그리스 민영방송 스타채널에 출연해 전날 치프라스 총리가 채권단에 제출한 새로운 협상안을 "극단적이고 반사회적"이라고 비판했다.
미트로풀로스 의원은 또 협상안이 의회에서 승인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시리자의 야니스 미켈로기아나키스 의원 역시 채널9과 인터뷰에서 정부의 새로운 제안은 시리자가 끝내기로 공약한 사회적 빈곤을 악화시키는 결과만 낳아 파국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켈로기아나키스 의원은 시리자 당수인 치프라스 총리에 그리스 국가채무 재조정과 성장을 지원하는 투자계획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협상안에 서명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ANEL 당수인 캄메노스 국방장관도 협상안에서 제시한 그리스 섬들에 적용하는 부가가치세율 할인(30%) 폐지는 수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그리스 언론들에 유출된 새로운 협상안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는 올해와 내년에 각각 26억9천만 유로(약 3조3천억원)와 52억유로 규모의 재정수지 개선 정책들을 제안했다.
이는 각각 올해와 내년 국내총생산(GDP)의 1.51%, 2.87%에 이르는 규모로 채권단의 요구를 소폭 웃돌았다.
그리스 내부 반발은 주로 세수 증대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리스는 부가가치세제 개편으로 올해 6억8천만 유로, 내년 13억6천만 유로의 재정수입을 늘리겠다고 제안했다. 부가세 개편안 가운데 섬에 적용된 할인제도 폐지에 대한 반발이 가장 거셌다.
아울러 이른바 '연대세'(solidarity tax) 최고세율 과표구간 신설과 법인세율 상향(26%→29%), 기업 이익에 12%를 부과하는 특별세 대상 확대, 사치세 증세 등도 제시했다.
반면 연금 지급액 삭감을 거부하고 대신 조기퇴직자의 연금수급을 제한하고 연금 납부액을 늘리는 등의 개혁안으로 내년에 18억 유로를 절감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리스와 채권단은 이런 협상안을 토대로 오는 24일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 회의에서 타협안을 도출하고 25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최종 타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스는 협상 타결에 따른 구제금융 분할금 72억 유로를 받아 오는 30일 국제통화기금(IMF)에 16억 유로를 상환하려면 합의안의 조치들을 모두 반영한 법률 개정안들을 의회에서 먼저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입법 과정에서 시리자 일부 강경파와 연정의 소수정당인 ANEL이 반대표를 던진다면 시리자 단독으로는 법안을 처리할 수 없다.
치프라스 총리는 전날 유로존 정상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당내 강경파를 설득하고자 "우리 제안은 처음으로 노동자와 연금생활자에 부담을 지우지 않았고, 중산층을 보호했으며 지불 능력이 있는 계층이 부담하도록했다"고 말했다.
치프라스 총리가 시리자의 기반인 노동계와 서민층을 지켜냈다는 설득에 실패하더라도 제1야당인 신민당을 비롯한 우파와 중도 성향의 야당들의 도움으로 의회에서 법안을 처리할 수는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신민당과 포타미 등은 정부에 채권단과 합의를 촉구해왔고 그리스의 다수 여론은 채권단에 양보하더라도 합의해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아야 한다는 것이므로 의회에서 부결될 가능성은 작다.
다만 그리스 정계는 입법 과정의 진통으로 시리자의 강경파 탈당이나 연립정부 붕괴, 조기총선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질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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