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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연합뉴스) |
미 산업계·언론 등 남부연합기 폐지론 확산(종합)
월마트 선봉에 산업계 동참…진보·보수 언론도 "철거하라" 합창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남부연합기 철거 추진에 미국 기업 등 민간 부문도 가세하고 나섰다.
진보·보수 성향의 미국 언론들도 사설을 통해 한목소리로 인종주의 논란이 있는 남부연합기의 폐지에 힘을 실었다.
미국 최대의 유통업체 월마트는 22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남부연합기가 새겨진 상품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월마트는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제품을 공급하기 싫다"고 이런 방침을 세운 이유를 밝혔다.
결단에 따라 월마트는 남부연합기가 새겨져 있거나 이를 홍보하는 제품은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모두 수거하는 작업에 바로 착수했다.
이 조치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남부연합기의 공공장소 게양을 금지할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뒤 민간 부문에서 바로 뒤따른 행동으로 주목을 받았다.
지금까지 월마트는 남부연합기 깃발뿐만 아니라 이 문양이 새겨진 티셔츠, 허리띠 등을 다른 상품과 차별없이 판매해왔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도인 컬럼비아 지역지 '더 스테이트'에 따르면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찰스턴, 그린빌, 컬럼비아 상공회의소도 남부연합기 철거에 지지를 보냈다.
이 지역에 공장을 두고 주민들을 고용하는 항공기 업체 보잉, 타이어 업체 미쉐린, 포장용품 업체 소노코, 에너지 업체 스카나가 동참했다.
보잉 대변인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남부연합기가 인종주의를 상징하는 까닭에 철거해야 한다는 헤일리 주지사의 계획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남부연합기에 대한 반감이 커지는 가운데 취급 거부가 월마트에 이어 다른 대형 유통업체로까지 번질지도 주목된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아마존닷컴은 남부연합기, 그 디자인이 새겨진 주머니칼, 티셔츠, 담요, 샤워커튼을 판매하고 있다.
경매 사이트인 이베이도 남부연합기가 새겨진 장신구, 핸드백, 보석 등을 다루고 있다. 이베이는 인종주의를 상징하는 상품의 유통을 금지한다는 내규를 두고 있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남부연합기는 남북전쟁 때 노예제 존치를 주장한 남부군이 사용한 깃발로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민권 운동가들에게 인종차별 상징물로 인식된다.
지난 17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에서 흑인교회에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 때문에 남부연합기에 대한 반감은 더 거세졌다.
백인 우월주의를 추종한 사건 피의자 딜런 루프(21)의 웹사이트에서는 범행을 예고한 인종차별 선언문과 함께 남부기를 휘날리는 사진이 발견됐다.
논쟁이 일 때마다 제각각 보수·진보 성향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내온 신문들도 남부연합기의 철거를 두고는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증오의 상징물인 남부연합기를 내리라"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NYT는 "남부연합기 철거안을 두고 투표할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의원들은 이 증오와 야만의 상징물이 현시대에 가하는 고통을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국민 앞에서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가결을 촉구했다.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도 "남부연합기는 존중할 가치가 없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어 폐지를 촉구했다.
WP는 "전통을 상징한다며 남부연합기의 존치를 주장하는 이들이 있지만 그들이 말하는 전통은 노예제 인습과 시민권 침해일 뿐"이라며 "그런 전통은 연구는 해야 하겠지만 기념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50개 주의사당 가운데 사우스캐롤라이나에만 남은 남부연합기를 철거함으로써 미국은 그 깃발이 존중할 가치가 없다는 것을 마침내 선언할 것"이라며 "사우스캐롤라이나 의원과 대선 후보들에게도 철거 지지 외에는 다른 변명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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