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마다 150㎏ 야쿠르트 수레 끌며 3남매 길렀죠"
8년만에 탑승 전동카트 타는 이숙희 야쿠르트 아줌마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야쿠르트 등을 실은 30㎏짜리 아이스박스 5개를 실으면 150㎏ 정도인데, 그 수레(카트)를 새벽부터 끌고 언덕도 오르고…팔에 지병이 있던 저로서는 너무 아파 눈물이 날 정도였어요"
한국야쿠르트 방문판매원, 이른바 '야쿠르트 아줌마' 이숙희(51·구의동)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008년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당시 사용했던 노란색 야쿠르트 손수레(카트)에 대한 기억을 이렇게 회상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지금, 이 씨는 미래형 '1인 자동차'를 연상시키는 전동 카트를 타고 송파구 잠실 지역 골목 골목을 누비고 있다. 지난 3월부터 탑승용 전동카트를 배정받았는데, 이 전기자동차는 사람을 태우고 도보의 두 배 속도인 8㎞까지 낼 수 있다. 웬만한 경사의 언덕도 별 무리없이 올라가고, 냉장 기능을 갖춰 야쿠르트(65㎖) 3천300개(220ℓ 카트냉장고 기준)를 여름철에도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다.
이 씨는 "옛날에는 수레를 내가 끌었는데, 이젠 수레가 날 태워주니 정말 세월 많이 변했죠"라며 웃었다.
더구나 최근 이 전동카트에 인기 애니매이션 '타요' 캐릭터까지 그려넣자 아이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치솟고 있다.
이 씨는 "요즘처럼 아이들에게 관심을 많이 받기는 처음"이라며 "제가 지나가면 아이들이 '타요 야쿠르트 아줌마다'라고 소리치면서 멀리서부터 달려와서 카트를 만져보고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어요"라고 전했다. 더구나 '타요' 전동카트를 구경하던 아이들이 야쿠르트를 사달라고 부모에게 조르는 일이 많아 매출에서도 카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본인의 말을 그대로 옮기면, 이 씨는 "야쿠르트와 윌을 먹다가 결국 야쿠르트와 윌을 배달하게 된" 경우다. 외환위기로 가세가 기울자 생계를 위해 식당일 등에 나섰고 이후 불규칙한 식사와 스트레스 등으로 얻은 속병을 달래기 위해 야쿠르트·윌을 구매한 인연으로 방문판매직원으로부터 "같이 일하자"는 권유를 받았다.
입사 이후 8년 동안 카트 형태는 손수레-단순 전동카트(끄는 힘을 전기모터가 분담)-탑승형 전동카트 등으로 계속 바뀌었지만, 새벽 5시30분이면 집을 나서 사무실에서 준비를 마치고 오전 7~10시 방문 배달 후 해가 질 무렵까지 거리에서 다양한 유제품을 판매하는 이 씨의 일과에는 큰 변화가 없다. 집을 나와 거의 12시간 넘게 일하고 그가 한 달에 받는 급여는 150만~200만원 수준.
이 씨는 "지금 두 딸은 직장에 다니고 막내아들은 고3이에요. 큰돈은 아니지만 이 카트를 끌면서 3남매를 모두 키운 셈이죠. 8년동안 우리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정말 고마운 수레입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야쿠르트는 올해 안에 이 씨가 사용하는 것과 같은 탑승형 전통카트를 3천대까지 늘리고, 2017년에는 1만대까지 보급해 야쿠르트 아줌마들의 수고를 덜어줄 계획이다. 카트의 형태는 달라도, 현재 전국에는 약 1만3천여명의 야쿠르트 아줌마가 매일 꿈과 희망을 싣고 곳곳을 누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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