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 일색 '주례사 비평'이 '거품 작가' 만들었다"

편집부 / 2015-06-22 17:11:59
일부 평론가 "무비판적인 비평이 신경숙 띄워" 주장

"칭찬 일색 '주례사 비평'이 '거품 작가' 만들었다"

일부 평론가 "무비판적인 비평이 신경숙 띄워" 주장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우리시대의 비평가들, 당신들은 누구인가? 세간에 떠도는 말대로 출판자본에 종속되어 수준도 안 되는 작품을 예쁘게 포장해주는 문학 코디네이터인가? 아니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할 말은 하는 비평가인가?"

문학평론가인 오길영 충남대 영문과 교수는 이달 출간한 평론집 '힘의 포획'에 실린 평론 '베스트셀러와 비평의 위기 - 신경숙론'에서 소설가 신경숙을 향한 칭찬 일색의 평론계에 강한 실망감을 드러낸다.

오씨는 신경숙의 베스트셀러 장편 '엄마를 부탁해'와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보고 "(신경숙은) 천사의 눈으로만 현실을 보는 작가"라며 "자기 복제의 위험에 빠져 있다"고 꼬집는다.

그는 그러나 "'엄마를 부탁해'가 출간되고서 베스트셀러가 될 기운이 보이자, 작품 판매를 독려하려는 듯이 이 소설을 낸 출판사의 계간지에는 이 작품을 한껏 띄워주는 평론이 실렸다"며 "면구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한다.

국내 문단 대표 작가인 신경숙의 표절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창비와 문학동네 등 단행본 출간과 문예지 운영을 병행하는 대형 출판사들이 문학평론가와 이어 온 유착 관계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형 출판사·문예지의 출판물에 실리려고 일부 평론가가 열을 올리는 상황에서 독자들이 작품에 관한 균형잡힌 평을 듣지 못한 채 '만들어진 베스트셀러 작가'에만 노출된 폐해 때문에 이번 파문의 실망감이 더욱 컸다는 것이다.

일부 평론가는 문예지를 낀 대형 출판사들이 자사에서 '미는' 작가의 작품에 관한 긍정적인 비평을 문예지에 싣는 등의 방법으로 '신화를 만들어냈다'고 분석한다.

권성우 문학평론가는 이런 맥락에서 신경숙이 단편 '전설'에서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표절한 것으로 보인다는 신형철 문학동네 편집위원의 발언에 오히려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며 비판했다.

권씨는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창비 이상으로 신경숙의 이런 엄청난, 그리고 슬프기까지 한 추락에 '문학동네'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문학동네' 지면을 통해 이뤄진 신경숙 소설에 대한 글과 대담, 리뷰는 상당 부분이 신경숙에 대한 지나친 확대해석, 문학적 애정 이상의 과도한 의미부여, 영혼 없는 주례사 비평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신형철이 사실 신경숙의 장편을 가장 많이 출판한 회사인 문학동네의 문예지 편집위원으로 있으면서 신경숙 작품을 호평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2002년 발간된 책 '주례사 비평을 넘어서'에서는 김명인·권성우·고명철·이명원 등 9명의 문학평론가가 칭찬 일색의 국내 문학 평론계에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김명인 평론가는 '신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신경숙 소설 비평의 현황과 문제'에서 신경숙 작품에 대한 평가가 문예지에 실리는 비평보다 책 끝에 붙는 '해설'로 이뤄지는 점을 지적했다.

"원래 '해설'은 비평 장르 중에는 천덕꾸러기에 속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작품집을 읽는 독자들에게 선뜻 이해가 곤란한 해당 작품들을 이해하는 길잡이 글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존재 의의가 있지만, 다른 편으로는 기본적으로 특정 비평가가 특정 작가의 작품집 출간에 들러리를 선다거나 부조를 한다는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는 원천적으로 비판이 봉쇄된 '주례사'로서의 운명을 타고난 것이기도 하다."

김 평론가는 "신경숙 등 극소수 베스트셀러 작가의 작품이 국내 유수의 문학지에 게재되고, 그 문학지를 내는 유수의 출판사에서 단행본으로 묶이고, 역시 그 유수의 출판사와 가까운 유수한 비평가들이 그 해설을 도맡아 쓰는 과정"에서 비판적 비평이 기를 펴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지난 16일 이응준 소설가가 온라인매체 기고문을 통해 신경숙의 '전설' 표절 논란을 제기한 이후 199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신씨에게 제기된 여러 표절 의혹이 다시금 수면에 떠오르고 있다.

이미 십수년 전에 의혹이 제기됐는데도 문단의 권력 있는 출판사와 문예지, 문인들이 오히려 논란을 덮어버리고 상찬을 이어간 탓에 문제를 일찌감치 바로잡지 못했다는 점이 뒤늦게 문단 자성의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작가회의도 이번 표절 사태를 한국 문학 권력과 연관지어 보고 오는 23일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오창은 평론가는 토론회에 앞서 "예전에는 출판사가 자신만의 문학적 색채를 가지려고 노력했다면 지금은 출판 자본의 이익이 우선하는 양상"이라며 "문학 비평이 특정 출판사와 관계 속에서만 작동하는 상황에서 한국문학의 자율적 검증작업은 거의 방치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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