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자기검열의 시인" 서정주 전집 출간

편집부 / 2015-06-22 14:43:19
은행나무서 20권 규모 계획…시전집 5권 먼저 나와
△ 미당 서정주 탄생 100주년 기념 전집 발간 (서울=연합뉴스) 한국 대표 시인 미당 서정주(1915~2000)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미당의 제자와 연구자로 구성된 간행위원회가 20권 규모의 '미당 서정주 전집' 출간을 시작했다.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윤재웅 동국대 국어교육학과 교수가 이달 먼저 출간된 시 전집 1~5권을 소개하고 있다. 2015.6.22 << 은행나무 제공 >> photo@yna.co.kr

"철저한 자기검열의 시인" 서정주 전집 출간

은행나무서 20권 규모 계획…시전집 5권 먼저 나와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자화상', '귀촉도', '국화 옆에서' 등 국민 애송시를 남긴 한국 대표 시인 미당 서정주(1915~2000)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시와 산문, 자서전, 시론, 희곡 등 생전에 출간된 저서를 망라한 '미당 서정주 전집'이 출판사 은행나무에서 출간된다.

전집은 20권 규모로 출간되며 이 가운데 5권짜리 시 전집이 먼저 나왔다. 미당의 첫 시집 '화사집'(1941)부터 마지막 시집 '80소년 떠돌이의 시'(1997)까지 15권의 시집에 담긴 작품과 1972년 '서정주문학전집' 출간을 기념으로 발표한 시 55편 등 모두 950편의 시가 전집에 수록됐다.

전집 작업은 이남호 고려대 교육부총장과 이경철 문학평론가, 윤재웅 동국대 국어교육학과 교수, 전옥란 작가, 최현식 인하대 국어교육학과 교수 등 미당 연구자와 제자로 구성된 간행위원회가 맡았다.

윤재웅 교수는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전집은 전문 연구가들이 아닌 일반 독자, 일반 교양인을 위한 판본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준비했다"며 "한글로 바꿔도 무방한 한자어는 한글로 써 가독성을 높이고 꼭 필요한 한자만 옆에 작게 병기했다"고 설명했다.

전집에 담은 시는 각 시집의 초판을 저본으로 하되 시인의 개작을 반영하고 작품 노트와 최초 발표지 등 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맥락에 맞는 표현을 넣었다.

오·탈자를 수정하고 띄어쓰기도 현대식으로 고치는 등 현시대 독자가 최대한 읽기 편하도록 시를 편집했다. 각 시집에 실렸던 '시인의 말'도 빠짐없이 수록했다.

윤 교수는 "미당은 작품 활동을 한 60여 년간 시를 발표하기 전에 먼저 공책에 날짜와 시간을 작품과 기록해 놓았다"며 "가장 원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기록이 노트에 있는데, 잡지사나 출판사에 넘기면 편집진이 당대 표기법대로 마음대로 바꾼 흔적이 많이 발견된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미당은 개작을 많이 한 편이라 그 가운데 어떤 표현을 선택할지 일괄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며 "맥락에 따라 가장 적합한 표현을 골라 넣느라 교정을 9번이나 봐야 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될 수 있으면 많은 분에게 기본 자료가 잘 읽혀서 이것을 바탕으로 미당에 대한 2차 담론이 나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며 "텍스트를 다 읽어보지 않고 미당을 평가하는 관습은 지양하자는 취지다"라고 말했다. 미당의 친일 논란과 관계없이 문학사적인 성취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전옥란 작가는 "지금까지 미당의 시 가운데 주로 초기 작품에만 관심이 집중됐지만 전집 작업을 해보니 후기 작품에서 그가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았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특히 '꽃'에 관한 시가 아주 많다는 점이 전집 작업을 하며 새로 느낀 부분"이라고 소개했다.

이경철 문학평론가는 "미당은 자신의 시 가운데 조금이라도 선배 시 사상의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 작품은 과감히 삭제하는 등 첫 시집에서부터 자기 검열을 철저하게 했다"고 말했다.

간행위원회는 미당이 잡지나 신문에 발표했으나 시집 형태로는 내지 않은 미수록작품 180여 편과 아예 세상에 내놓지 않은 미발표작 120여 건도 전집 완간 이후 단행본으로 엮을 계획이다.

이들은 이번에 출간한 시전집 5권에 이어 자서전과 산문, 시론, 방랑기, 소설, 희곡, 번역, 전기 등 생전에 미당이 쓴 작품을 총망라해 남은 15권을 내년 상반기까지 출간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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