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65주년> ⑨"꼭 데려와야 한다"…미귀환 국군포로 560명

편집부 / 2015-06-22 07:00:25
북한은 '현재 공화국엔 국군포로 없다' 시종일관 모르쇠
민간차원 귀환 길도 막혀…"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 대한민국 6.25 참전유공자회 서울 금천구지회 회원들이 현충일을 앞둔 지난 4일 한국전쟁 전적지 중 한 곳인 충북 충주시 탄금대 '팔천고혼 위령탑'을 찾아 한국전쟁 국군포로 송환을 북한에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6·25 65주년> ⑨"꼭 데려와야 한다"…미귀환 국군포로 560명

북한은 '현재 공화국엔 국군포로 없다' 시종일관 모르쇠

민간차원 귀환 길도 막혀…"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6·25 전쟁이 발발한 지 65년이 지났지만 혈육이 국군포로로 붙잡혀 북녘땅에 끌려간 가족들에게는 이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부는 귀환 포로의 증언 등을 토대로 현재 북한에 거주하는 국군포로가 560여명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80대 중후반의 고령으로 상당수가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정보가 입수되지 않았거나 몇 년 안에 사망할 개연성이 큰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군포로 가족들은 이들이 살아있을 때 고국 땅을 밟을 수 있도록 하기에는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 초조해하고 있다.

특히 1994년 첫 국군포로가 귀환한 이래 현재까지 총 80명이 민간 귀환사업을 통해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2011년 이후 귀환에 성공한 국군포로는 한 명도 없어 이 같은 안타까움은 더욱 크다.

문제는 정부가 이 문제를 우선순위에 놓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려 하지 않고 있고, 북한은 아예 국군포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등 남북 양측에서 관심을 보이지 않는 점에 있다고 국군포로 가족들은 지적하고 있다.

2009년 통일부는 국군포로 문제를 포로 송환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이른바 '독일식 해법'으로 풀겠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이후 이에 대한 후속 논의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 560여명 vs 0명…국군포로에 대한 남북 시각차

귀환 국군포로의 증언 등을 토대로 정부가 파악한 북한 내 국군포로 560여명은 극심한 감시와 생활고 속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군포로와 이들의 가족은 이른바 '43호'라는 이름으로 분류돼 차별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게 탈북자들과 북한 연구자들의 설명이다.

43호들은 대학에 진학하거나 군대에 가서 출세하는 길이 원천적으로 막혀 있고,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탄광 막노동 등 위험한 직업 외에 다른 일을 잡기가 어렵다고 한다.

국군포로 가운데 41명은 어디에 거주하는지 등 신상정보가 확인됐고, 그 중 17명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 등을 통해 남한의 가족들과 재회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체 국군포로에 비하면 현재 북한에 실제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된 국군포로들은 그야말로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국군 포로 문제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것은 협상 대상이라 할 수 있는 북한이 국군포로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1954년 한국전쟁 포로를 상호 교환한 이후 "국군포로는 전원 중립국 송환위원회에 이관했고, 강제 억류 중인 국군포로는 '공화국'에 한 명도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정부가 국군포로 귀환에 대한 협상을 벌이고자 해도 북한이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상황에서는 협상 자체가 성사되기 어렵다.

정부 기관에서 국군포로 등 납북자와 관련한 업무가 쪼개진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현재 국군포로 관련 업무는 국방부에서 담당하고 있지만 전시 납북자는 6·25전쟁납북진상규명위원회에서, 전후 납북자는 통일부에서 각각 담당하고 있다.

어느 정도 성격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북한에서 한국으로의 귀환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점은 같은데도 부처 간 업무가 갈리다 보니 적극적인 대응에 한계가 있는 모양새다.



◇ 민간 차원 국군포로 귀환 사업도 갈수록 어려워

1994년 고(故) 조창호 중위가 국군포로로서는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은 지 2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 정부가 북한과 협상을 통해 공식적으로 귀환시킨 국군 포로는 단 한 명도 없다.

귀환 국군포로 80명은 모두 민간 차원에서 중국 등 제3국을 거친 탈북자들인 셈이다.

정부는 국군포로와 그 가족의 탈북 사실이 확인되면 신변 안전을 보장하고 국내 송환을 위해 노력하는 역할에 만족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2004년 한해에만 해도 14명에 달하는 국군포로가 귀환하는 등 민간 차원의 국군포로 귀환이 많았지만, 2011년 이후로는 남한 땅을 다시 밟은 이는 없다.

이렇게 된 데는 국군포로들이 고령이 돼 탈북이 힘들어진 데다 북한의 감시가 강화되면서 탈북 자체가 어려워진 탓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영복 6·25국군포로가족회 대표는 "북한이 김정은 체제가 되면서 북-중 국경 경비가 대폭 강화돼 탈북이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한다"면서 "지금도 귀환 노력을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민간 차원의 귀환 사업에는 더이상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국군포로 '독일식 해법' 등 정부가 나서야"

지금이야말로 국군포로 귀환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때 민간 차원에서 탈북 브로커 등을 동원하는 방식으로 간간이 이뤄졌던 귀환 사업을 이제는 북한과 공식적인 협상을 거쳐 정부가 해야 할 시점이 됐다는 것이다.

유영복 귀환국군용사회 회장은 "솔직히 시기는 이미 다소 늦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정부가 지금이라도 우리나라를 지키다 포로가 된 분들을 모셔오는 것이 합당하다"면서 조속한 귀환 협상을 촉구했다.

유 회장은 "과거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북한을 방문해 납북 일본인을 송환시킨 사례가 있지 않느냐"며 정부의 무관심을 비판했다.

국군포로 귀환의 구체적 방법에 대해 관련 단체들은 국군포로를 받는 대신 현금이나 현물을 지급하는 독일식 해법이 적절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2009년 통일부가 직접 밝힌 구상이기도 하다. 현인택 당시 통일부 장관이 국정감사에 나와 국군포로 송환 방안에 대해 "서독 모델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영복 대표는 "이제는 국군포로 귀환이 민간 차원에서는 안 되니 정부 차원에서 해결을 봐야 한다"면서 "정말 그분들을 생각한다면 독일식 해법이라도 써서 귀환시킬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사무총장 채명성 변호사는 "독일식 해법을 언급하는 것에 대해 소위 '대북 퍼주기'로 비판하면서 논의를 차단하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채 변호사는 "국군포로는 한국을 위해 싸우다 포로가 된 분들인데 그런 분들을 데려오려고 노력하는 것을 과거 '햇볕정책'과 비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며 "돈이 얼마가 든다고 해도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을 끝까지 챙긴다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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