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선 감사 편지 쓰고 후손 장학금 지급…코이카, 참전국 ODA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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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5전쟁에서 UN군으로 참전한 캐나다 참전용사가 부산시 남구 UN기념공원을 찾아 휠체어를 타고 전우의 묘비을 찾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6·25 65주년> ⑤참전국·참전용사를 향한 끝없는 보은
재외동포단체와 공관 주도해 '평화의 메달' 수여 등 다양한 행사 열어
국내에선 감사 편지 쓰고 후손 장학금 지급…코이카, 참전국 ODA 지원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3년여간 130만 명이 넘는 인명을 앗아간 한국전쟁으로 대한민국은 폐허가 됐다. 그러나 한국인은 불굴의 의지와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빈곤을 극복하고 경제성장을 이뤄내며 '한강의 기적'을 일궜다.
광복 이후 1990년대 후반까지 '원조를 받던' 한국은 2009년 11월 2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24번째로 가입했다. 세계 최초로 '원조받는' 나라에서 '원조 주는' 나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런 눈부신 성장 뒤에는 전쟁 때 한국을 구하겠다고 달려온 유엔 산하 21개 참전국과 낯선 이국 땅에서 젊음을 불사른 참전용사들의 값진 희생이 있었다. 그동안 앞만 보고 달리느라 이들을 잠시 잊었던 한국은 앞으로도 참전국과 참전용사들을 향해 끝없는 보은(報恩)을 펼쳐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한국전쟁 65주년인 올해에도 해외에서는 재외공관, 한인 단체, 교회 등이 나서 참전용사들에게 '평화의 사도' 메달을 수여하는 등 다양하게 감사 표시를 했고, 국내에서도 정부 부처·기관·단체 등이 참전용사를 초청하는가 하면 그 후손에게 장학금을 주는 등 여러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청소년들도 나서 참전용사에게 '감사 편지'를 쓰고, 해외까지 날아가 참전용사들을 직접 만나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있다.
정부 무상원조 전담 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도 필리핀,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등 참전국에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집중하고 있다.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 사는 파테르노 빌로리아(92) 한국전참전용사회(PEFTOK) 회장, 메이저 영(93) PEFTOK 분과 회장은 65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전쟁을 생생히 떠올리며 "전쟁은 없어져야 한다"고 소리를 치면서 치를 떤다. 이들은 지난 4월 종이문화재단(이사장 노영혜)이 주최한 보은 행사에서 한국전쟁을 증언하면서도 전쟁의 참상을 딛고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에 경의를 표했다.
◇ 올해도 참전국 재외공관과 재외동포 단체 주최로 감사 잔치
한국전쟁 당시 가장 많은 160만 명의 전투병력을 파견한 미국의 한인청소년재단(KAYF·회장 김수현)은 20일(현지시간) 플러싱에 있는 프라미스교회에서 '제65회 한국전쟁 기념 & 평화 콘서트'를 열었다.
매년 6월 뉴햄프셔 주정부와 한국전 참전용사 보은(報恩) 행사를 여는 뉴햄프셔한인회(회장 박선우)는 전쟁 발발일 당일에 태극기·성조기 게양식과 하강식, 공연과 만찬 등의 기념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28년간 '한국전쟁 참전 미군용사 감사 행사'를 펼쳐온 한미노인봉사회(회장 박연숙)는 25일 뉴비전교회에서 참전용사와 가족, 기관장 등 200명을 초청해 격려와 감사의 마음을 이어가며, 필라한인회(회장 송중근)·필라 재향군인회(이오영 회장)도 같은 날 6·25 참전용사 기념비가 있는 팬스랜딩에서 숭고한 목숨을 버린 영령들을 위로하고 참전용사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행사를 연다
LA카운티의 랭커스터시와 앤털로프밸리 지역에서 '크레이지 오토스'(Crazy Otto's)라는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허 진(55) 대표는 전쟁 당일 참전용사들을 초대해 무료로 음식을 대접한다. 벌써 11년째 '보은의 식탁'을 차리고 있다.
미국 오리건주 유진-스프링필드 중앙장로교회는 19년째 한국전 참전용사를 초청해 '보은 콘서트'를 연다. 참전용사들에게 한국에 얽힌 추억을 달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시애틀총영사관(총영사 문덕호)은 지난달 말 참전용사 120명과 그 가족을 초청해 희생과 노고에 대한 감사의 뜻을 담은 '평화의 사도' 메달과 증서를 수여했다.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총영사 한동만)도 앞서 4월 말 대한민국의 자유 수호를 위해 젊음과 청춘을 바친 참전용사 50명에게 같은 메달을 증정했다.
메달 수여는 1975년부터 '유엔 참전용사 재방한 초청 사업'의 일환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2011년부터 한국 방문이 힘든 용사들에게는 현지에서 직접 메달을 전달하고 있다.
가평, 마령산, 사리원 전투 등 수많은 전장에서 용맹을 떨친 호주 참전용사들을 위한 '평화의 사도 메달' 수여식은 지난해 시드니와 멜버른에서 열렸다. 메달 전달식에 이어 위로 감사 공연이 펼쳐졌다. 호주는 한국전 때 8천400여 명의 병력을 파견해 346명의 전사자를 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시내에 위치한 코넬대는 지난달 7일 어버이날을 맞아 한국전 키위(뉴질랜드인의 별칭) 참전용사 66명과 부인, 그리고 가족을 초청해 위로 행사를 열었다. 6·25에 뉴질랜드군은 5천350명이 참전했다.
주태국 대사관은 지난달 방콕 시내 한국문화원에서 참전용사 3세 120여 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장학금은 중앙행정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봉급 우수리 돈을 모아 조성했다. 올해는 전국국악대전에서 국회의장상을 받은 '유연희 무용단'을 초청했다.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필리핀 마닐라지회(지회장 강창익)는 참전용사와 가족에게 매년 1만 달러가 넘는 생활비를 제공하고 있다. 필리핀참전군인은 7천500명에 이른다.
◇ 참전용사 초청, 장학금 지급, 감사 편지 쓰기 등 보은의 손길
정부 부처와 단체 등 국내에서도 보은 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H2O품앗이운동본부(이사장 이경재)는 각국의 참전용사와 가족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생큐 프롬 코리아'(Thank you from Korea) 행사를 열고 있다. 지금까지 필리핀, 미국, 캐나다를 찾아 참전용사를 만났다. 올해는 7월 22∼31일 호주와 뉴질랜드의 참전용사들을 만나 감사의 편지를 읽어주고 발을 씻겨 주며 고마운 마음을 전할 계획이다.
'리틀 대사'라는 이름의 감사사절단은 전국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참전용사 감사 편지 쓰기' 행사에서 대상·최우수상·우수상·장려상을 받은 청소년들로 구성한다. 올해는 지난 13일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 소회의실에서 시상식을 진행했다.
서울 도봉구 쌍문동 한신초등학교는 참전용사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손 편지를 쓰는 행사를 열었다. 전교생 650명은 한국어와 영어로 편지를 썼고, 곧 참전용사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6월 한 달간 자체 선정한 '애국 상품' 500여 종의 판매수익금 1%를 에티오피아의 참전용사 가족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지난 4월 참전용사를 위한 감사의 자리가 집중됐다. 국가보훈처는 터키의 6·25 참전용사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평화 사도의 메달'을 수여했고, 국회품앗이포럼(공동대표 홍일표·최창섭)은 국회에서 '품아시안-커뮤니티 라이프'라는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이 단체는 참전국과 참전용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나아가 한국도 어려운 나라를 돕자는 취지로 결성됐다.
종이문화재단·세계종이접기연합(이사장 노영혜)은 지난해 필리핀 일로일로시에 이어 마닐라를 찾았다. 한국전 참전용사 가족과 후손에게 종이접기 집중 교육을 실시하고, 강사 자격증을 줬다.
강원도 화천군도 에티오피아의 한국전 참전용사 후손에 대한 장학사업을 위해 현지를 방문, 장학금을 전달했다. 화천군은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용사 후손의 교육과 경제적 자립을 돕고자 지난 2009년부터 현재까지 참전용사 후손 177명(졸업생 45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올해 신규 장학생 20명을 포함해 현재 132명을 지원하고 있다.
부경대학교 학생들은 지난 2월 참전용사들을 직접 찾아가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호주를 방문했다. 부경유엔서포터스 6기 학생 15명은 호주 캔버라 6·25 전쟁 참전기념비를 찾아가 헌화하고 브리즈번에서 참전용사들을 만나 기념품과 감사 인사를 전했다.
◇ 코이카, 참전국 ODA 사업에 3천615억 투입
코이카는 올 6월까지 필리핀, 터키,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태국 등 개도국에 3천615억여 원을 투입해 ODA 사업을 펼쳤다.
필리핀의 경우 1991년부터 지난해까지 프로젝트 사업 28건, 개발 조사 17건, 물자 지원, 긴급구호, 연수생 초청 등의 사업을 위해 총 1억 6천938만 달러(1천877억 691만 원)를 지원했다.
지난해에만 2천158만 달러(239억 1천495만 원)를 무상 지원했고, 올해는 농업 종합개발, 수자원 개발, 재해 방지 등을 위해 2천217만 달러(245억 6천879만 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해외봉사 단원도 지금까지 1천681명을 파견해 자립을 도왔다.
4년에 걸쳐 1만 4천여 명을 파병한 터키를 위해 코이카는 긴급구호와 연수생 초청 등의 사업을 펼쳤다. 2011년 119만 달러(13억 1천875만 원), 이듬해 19만 달러(2억 1천만 원) 등 총 173만 달러(19억 1천718만 원)를 투입해 ODA를 진행했다.
6·25 전쟁 기간에 지상군 1개 대대와 군함 1척을 파견해 한국을 지원했던 콜롬비아에는 코이카 창설 이후 지금까지 3천729만 달러(413억 2천477만 원)를 지원했다.
2009년 103만 달러 지원 이후 2010년 632만 달러, 2011년 764만 달러로 증가하다가 2012년 285만 달러, 2013년 589만 달러로 주춤했고 2014년 925만 달러로 다시 대폭 늘어났다.
주요 사업은 병원 건립과 의료시설 개선 사업, 중소기업 역량 강화 사업, 농어촌 지역 빈곤 퇴치 사업, 신재생 에너지 및 폐기물 에너지화 사업 등이다.
에티오피아는 전쟁이 터지자 황제근위대에 편성된 육군 1개 대대 규모의 병력 1천300여 명을 보냈다. 이에 감사함을 전하기 위해 코이카는 매년 지원액을 늘려가며 중진국 진입을 돕고 있다. 각종 개발 및 자립 사업을 위해 지난해까지 모두 8천861만 달러(981억 9천760만 원)를 투입했다.
올해에는 중학교 건립, 아다마 과학기술대 ICT 교육역량 강화 사업, 식수위생 환경 개선 사업, 직업훈련학교 건립, 통합 보건 역량강화 사업 등을 위해 1천450만 달러(160억 6천800만 원)를 지원한다. 이 가운데 참전용사 후손을 위한 직업 역량 배양 사업으로 900만 달러(99억 7천300만 원)가 배정됐다.
메코넨 하센 데메케 에티오피아 부총리는 최근 방한해 "한국과 에티오피아는 피로 결속된 관계로, 한국 정부는 참전용사 후손 지원에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이보다 더 정당성을 갖는 일은 없다"고 강조한 뒤 "한국의 경험은 연구 및 기술 등의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역량 배양에 최적의 것"이라고 밝혔다.
태국은 한국전쟁에 6천326명의 군인과 함께 해군 프리깃함 7척, 수송선 1척, 수송기 1개 편대를 보냈다. 태국에 대한 코이카의 지원은 지금까지 2천922만 달러(323억 8천160만 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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