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난민의 날' 맞아 유럽 각국서 이민 찬반시위
앤젤리나 졸리, 난민캠프 방문해 지원 호소
(이스탄불·베를린·다마스쿠스 AFP=연합뉴스)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20일(현지시간) 유럽 주요 도시에서 불법 이민자 문제에 대한 찬반 집회가 동시 다발적으로 열렸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이날 경찰 추산 3천700여명(주최측 추산 1만여명)이 운집해 유럽 국가들이 난민 유입을 흔쾌히 받아들여야 한다며 난민의 날 기념 시위를 벌였다.
시위자들은 불법 이민자들이 많이 모여 사는 베를린 동부 크로이츠베르크에서 브란덴부르크문까지 행진을 하면서 "추방을 중단하라, 난민을 받아들이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는 파리 3천500여명을 비롯해 마르세유, 칼레 등 곳곳에서 이민에 찬성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으며, 이탈리아 로마에서도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시위자들이 거리로 나와 "학살을 중단하라"며 이민 허용을 촉구했다.
반면 동유럽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는 '유럽의 이슬람화를 멈추라'는 극우단체가 주최한 이민 반대 시위가 수천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들은 '다문화는 집단학살과 같다'는 구호를 내걸고 과격 시위를 벌이다 140여명이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한편 유엔난민기구(UNHCR) 특별대사로 활동하는 영화배우 앤젤리나 졸리(40)는이날 터키 마르딘에 있는 시리아 난민캠프를 방문해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
졸리는 "있는 그대로 말하자면 현재 난민 실태는 그냥 난민 위기가 아니라 지구촌 안보와 운영·행정 체계의 위기"라며 "전례가 없는 집단적 피란의 시대가 닥친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난민의 어려움을 존중하고 그들의 가치를 이해해야 한다"며 "난민을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지구촌이 직면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해결책의 일부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터키는 2011년부터 시리아에서 내전을 포함한 정세 불안 때문에 터전을 떠나 월경한 피란민 180만명을 수용했다.
그러나 터키는 다른 국가들과 비교할 때 혼자 부담이 과중하다며 최근 들어 국제사회에 불평을 쏟아내고 있다.
졸리는 "집단 피란의 시대가 의미하는 바를 국제사회와 세계 각국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호소하고 있다"며 현재 난민 문제는 예사롭게 볼 사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UNHCR은 이날 시리아의 다마스쿠스에서 세계 난민의 날 기념식을 열어 전쟁과 박해를 피해 떠도는 난민 수백만 명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라고 국제사회에 촉구했다.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UNHCR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난민 실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으로 기록되고 있다.
중동은 시리아 난민, 유럽은 지중해를 건너는 북아프리카 난민, 동남아시아는 미얀마에서 박해를 피해 안다만을 떠도는 로힝야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또 올 들어 북아프리카에서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건너온 이민자는 10만여명에 달하며 지중해를 건너는 과정에서 선박 전복 등으로 숨진 사람도 1천8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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