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만에 가장 긴 라마단…'백야' 북유럽 무슬림 어찌하나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18일(현지시간) 시작된 올해 라마단(이슬람교의 단식성월)은 절기상 낮이 가장 긴 하지를 낀 탓에 무슬림의 단식 시간이 가장 길다.
라마단 기간 무슬림은 하루 중 일출부터 일몰시까지 식음하지 말아야 한다.
아랍에미리트(UAE) 샤르자 천문대는 이번 라마단이 32년 만에 가장 길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무슬림이 사용하는 이슬람력(히즈라력)이 음력의 한 종류라서 서양력보다 10일 정도 짧기 때문이다.
따라서 태양력을 기준으로 하는 하지가 끼는 라마단은 약 30년에 한 번씩 돌아오게 된다.
북반구에 사는 무슬림에개는 단식해야 할 시간이 하루에 보통 15시간 정도 되는 이번 라마단이 여느 해보다 특히 힘든 기간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하지 즈음에 해가 거의 지지 않는 백야현상이 나타나는 북유럽에선 라마단을 어떻게 지킬까.
이번 하지에 아일슬란드의 유명 관광지 레이캬비크의 낮 길이는 무려 22시간이 된다. 원칙적으로라면 레이캬비크에 사는 무슬림은 22시간 동안 음식이나 물을 먹으면 안된다.
스웨덴 스톡홀름만 해도 낮이 20시간이 넘는다.
반대로 낮 시간이 가장 짧은 동지가 낀 라마단엔 북유럽 무슬림은 단식 시간이 2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아 사실상 없으나 마찬가지다.
유럽에 사는 무슬림은 4천300만여명인 만큼 북유럽 무슬림의 라마단 문제는 가볍게 넘길 일만은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지역 무슬림의 라마단에 대한 정확한 종교적 규율은 없다.
이슬람교의 규율은 7세기에 생긴 꾸란과 하디스(예언자 모하마드의 언행록)를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당시에는 전세계에 무슬림이 없었을 뿐더러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탓이다.
북극이나 남극에 가까운 지방의 라마단을 둘러싼 종교적 해석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단식 시간이 극히 길거나 짧은 점을 고려해 이슬람의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 맞춘다는 게 통상적인 해석이다.
이런 이례적인 상황에 처한 무슬림은 스스로 시간을 정해 하루 8시간 단식하거나 하지나 동지를 피해 1년 중 다른 적당한 기간에 한 달간 라마단을 지키면 된다는 융통성을 발휘한 해석도 있다.
꾸란에서 임산부나 여행자, 환자 등 단식이 위험한 사람에게 같은 예외를 허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단식 시간이 길거나 짧아도 꾸란의 자구 그대로 일출부터 일몰까지 단식해 종교적 의지와 믿음을 다져야 한다는 보수적인 성직자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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