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국 러시아 자산 압류 조치 확산…러 반발로 갈등 증폭
벨기에·프랑스 이어 오스트리아도 가세…러 "대응 조치 취할 것"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유럽 국가들의 자국 내 러시아 자산 압류 조치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이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그렇잖아도 우크라이나 사태로 번지고 있는 서방과 러시아 간 긴장의 불길에 기름을 부어 놓은 격이다.
18일(현지시간)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벨기에와 프랑스에 이어 오스트리아도 자국 내 러시아 국가 자산에 대한 압류 조치를 취했다. 러시아 주재 오스트리아 대사가 이를 확인했다.
이에 앞서 전날 벨기에 법원은 집행관들을 통해 자국 내 러시아 국가 자산에 대한 압류 조치를 취한다고 통보했다. 벨기에에 등록된 러시아 국영은행, 항공기 운항 통제 기구, 외교 대표부, 비정부기구 및 언론사 등의 자산이 모두 압류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뒤이어 프랑스도 유사한 조치를 취했다.
유럽 국가들의 러시아 자산 압류는 파산한 러시아 석유기업 '유코스'의 예전 주주들이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인권재판소(ECHR)를 통해 얻어낸 손해배상 승소 판결을 이행하는 차원으로 전해졌다.
벨기에 당국은 "ECHR이 올해 6월 15일까지 (유코스 소송과 관련한 판결을) 이행하기 위한 계획서를 제출할 것을 러시아 측에 요구했으나 이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유코스 측 소송 대리인은 러시아 측의 합당한 조치가 없을 경우 미국과 영국 내 러시아 자산도 동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는 유럽 국가들의 압류 조치를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불법 행동이라고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18일 모스크바 주재 벨기에 대사를 불러 벨기에 당국이 러시아 국가 자산을 압류한 데 대해 항의했다.
외무부는 벨기에 당국의 조치는 명백한 비우호 행위이자 국제법의 보편적 규정에 대한 위반이라고 지적하면서 러시아의 권리를 즉각 회복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 내 벨기에 대사관과 법인 등의 자산을 압류하는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알렉산드르 코노발로프 러시아 법무장관도 "벨기에 주재 러시아 대사관과 유럽연합(EU) 주재 러시아 대표부의 계좌를 동결한 것은 심각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자국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여온 서방이 또 다른 형태의 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유코스 사태는 하나의 명분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은 유코스 소송과 관련한 법원의 판결을 이행하는 차원 이상의 의미는 없다는 입장이다.
PCA는 지난해 7월 말 러시아 정부가 유코스를 강제 수용하면서 손해를 본 GML 지주회사 주주에게 500억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GML은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 전(前) 유코스 회장 등이 회사 경영을 위해 세웠던 지주회사 메나텝 그룹의 후신이다.
PCA는 "러시아 정부가 청구인(GML 주주)의 자산을 강제 수용했다"며 러시아 정부의 책임을 인정했다.
ECHR는 PCA 판결 사흘 뒤 러시아 정부가 유코스 전 주주들에게 총 19억 유로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ECHR에 제소한 이들은 PCA 소송에 참가하지 않은 5만5천 명의 유코스 전 주주들이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PCA와 ECHR의 판결이 부당하다며 지금까지 판결을 이행할 수 없다고 버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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