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세계은행, 교황 기후변화 회칙에 환영 목소리
회칙 작성한 턱슨 추기경, 미 공화 반대론자들에 일침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현지시간) 발표한 기후변화 회칙을 놓고 환경 규제에 대한 찬반양론이 이는 가운데 유엔 등 국제기구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교황의 회칙이 발표된 뒤 기자들과 만나 "전 세계가 긴급히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데에 그토록 강력한 지지를 보내줘서 감사하다"며 교황에게 사의를 표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임기 중 기후변화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 온 반 총장은 "지난 4월 바티칸에서 교황을 만났을 때도 기후변화는 도덕, 사회정의, 인권, 근본 윤리의 문제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모든 나라가 세계의 공익을 각자의 이해관계 위에 두고 보다 야심차고 보편적인 기후 협약을 채택할 것을 촉구한다"고강조했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도 교황의 회칙은 기후 변화와 빈곤의 상관관계를 극명하게 상기시킨다며 인간의 행동이 기후 변화의 원인이라는 회칙에 동조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김 총재는 지난 30년간 기후와 관련된 재앙으로 25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면서 "빈번한 기상 이변 등 기후 변화는 극심한 빈곤 속에서 살아가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의 삶을 황폐화시킨다"고 말했다.
이번 회칙의 초안 작업을 주도한 피터 턱슨 추기경은 환경규제에 반대하는 미 공화당 의원 등 회칙 반대론자들을 직접 겨냥해 "교황의 목소리를 경청하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턱슨 추기경은 이날 바티칸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이 문제(기후 변화)에 대한 전문가여서 이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에 끼칠 영향을 걱정하기 때문에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등이 교황에 대해 종교 밖의 영역에 관여하지 말라고 비판한 데 대해서도 턱슨 추기경은 "종교는 공공 영역에서 해야 할 역할이 있다. 신앙과 이성 사이에서 더 많은 대화를 독려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교황이 회칙을 통해 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환경규제에 반대하는 미 보수 정계 외에 에너지 업계 등에서도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에너지업계 전 임원이었던 스티브 밀로이는 트위터에 중국 문화혁명 시대의 지도자 마오쩌둥의 사진을 함께 올리고서 "교황이 '문화혁명'을 외치고 있다"고 적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보수적 연구기관인 '하트랜드 연구소'도 "교회는 값싼 화석연료에 의지해 살아가는 빈곤 계층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도 교황은 비관론을 퍼뜨려 부당이익을 취하는 부유 계층 편에 서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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