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서 시민단체 회원·대학생 '묻지마 체포' 증가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이집트에서 정보기관 소속 비밀경찰이 '묻지 마' 식으로 시민단체 회원과 대학생들을 잡아 가두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AP통신이 18일 보도했다.
이집트 활동가와 변호사에 따르면 이집트 정보기관 소속 사복 경찰들이 시민단체 활동가와 학생들을 거리와 자택에서 비밀리에 체포해 구금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또 지난 두달 간 경찰서 구류에 있는 이들을 추적한 결과 160명 이상이 실종 상태인 자들로 의심된다고 활동가들은 전했다.
이집트 비밀경찰은 사복 차림으로 공식 문서나 체포영장을 제시하지 않은 채 활동가들을 잡아 가두고 나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체포된 이들이 구금된 장소 대부분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 가족들은 체포된 자녀의 행방을 찾으려고 동분서주한다.
이집트 최대 시민단체 가운데 하나인 '4월6일 청년운동' 소속 여성 회원인 파트마 엘사이드(29)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는 운이 좋아 나흘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4월6일 청년운동'에 가입한 혐의로 자택에서 한밤중 체포돼 시위 조직 등에 관한 심문을 받았다. 체포될 당시 그의 아버지가 동행하겠다고 요청했으나 거절 당했다.
이런 현상은 이집트가 호스니 무바라크 독재 정권 아래 정보기관의 권력이 막강했던 시기로 회귀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라고 AP통신은 분석했다.
무바라크 정권이 2011년 시민혁명으로 축출되기 전까지 이집트 비밀경찰은 비상계엄령을 악용해 반정부 인사들을 기소 없이 수년간 구금하기도 했다.
이집트에서는 2013년 7월 압델 파타 엘시시 당시 국방장관(현 대통령)이 이끄는 군부가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을 축출한 이후 군사 정권이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 삼아 반정부 인사들을 무력 진압하거나 탄압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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