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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력 다짐하는 박세복(오른쪽) 충북 영동군수와 황정수 전북 무주군수. |
전북 무주, 26년 '우정' 충북 영동에 수돗물 공급
영동군 정수장 공급 못하는 용화면 주민 1천여명 '혜택'
(영동=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금강 줄기인 남대천을 사이에 둔 이웃인 충북 영동군과 전북 무주군이 수돗물을 나누면서 끈끈한 정을 과시하고 있다.
민주지산 기슭의 산골이어서 상수도를 공급받지 못하는 영동군 용화면이 도계(道界) 너머인 무주군 설천면서 수돗물을 공급받기로 한 것.
1천여명 남짓한 인구가 사는 용화면은 영동군 내의 가장 가까운 학산정수장에서 30㎞ 넘게 떨어져 있어 애초부터 수돗물 공급계획을 세우지 못한 곳이다.
522가구의 주민들은 지하수나 계곡물을 받아 생활용수로 사용하면서 걸핏하면 수원이 말라 고통받거나 수질의 안전문제 등에 노출돼 왔다.
영동군은 밑져야 본전인 셈치고 이웃인 무주군에 수돗물 공급을 타진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하루 4천500t의 정수능력을 갖춘 무주의 설천정수장에 2천t 가까운 여유분이 있어 논의는 급물살을 탔고, 지난 4월 마침내 박세복 영동군수와 황정수 무주군수가 만나 상수도공급협약서에 사인했다.
수돗물 나눔은 무주군 설천면 청량리에서 수도관을 끌어다가 용화면 용화·용강·창곡·월전·여의리 5곳에 공급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총연장 길이 16㎞에 이르는 수도관 매설 공사 등에 들어가는 54억5천여만원의 예산은 전액 영동군이 부담한다.
수돗물 공급은 두 지역 사이에 끼어 있는 남악마을부터 이뤄진다.
영동군은 다음 달까지 이 마을 12가구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수도관 매설 공사를 시작한 상태다.
신승철 영동군 상수도사업소장은 "물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남악마을 먼저 수돗물을 공급한 뒤 내년 7월까지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요금은 영동군에서 무주군에 미리 지급한 뒤 각 가정으로부터 거둬 정산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지역의 우정은 26년 전부터 접경인 민주지산 삼도봉 만남을 통해 기틀을 다져왔다.
삼도봉을 가운데 둔 두 지역과 경북 김천은 1989년 이 봉우리 정상에 '화합 기념탑'을 세우고 해마다 10월 10일 이곳에 모여 우정을 나누고 있다.
박세복 군수는 "황정수 군수님과 무주군이 보여준 우정에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며 "큰 신세를 졌으니 앞으로 도울 일이 생긴다면 만사 제쳐두고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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