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70년> 끝나지 않는 이념 대결…보수 vs 진보의 평행선

편집부 / 2015-06-18 07:00:02
성장과 혼돈의 세월 속 깊어진 내부균열
정권 싸움 넘어 이슈마다 충돌…상호 불인정 고착
△ <광복 70년> 아직도 골깊은 이념 지평…진보vs보수의 평행선 (서울=연합뉴스) 광복 직후 한반도는 '동서냉전의 축소판'이었다. 광복과 동시에 분단이라는 운명에 처한 우리나라는 1945년 12월 미국, 소련, 영국이 모스크바 삼상회의를 열고 미소공동위원회를 구성해 한국에 임시정부를 세운 뒤 4년간의 신탁통치를 거쳐 완전독립을 허용한다는 내용의 모스크바 의정서를 맺자 강경한 반탁운동이 벌어졌다. 좌익은 '민주주의민족전선'을 결성해 신탁통치를 이끌려 했고, 이에 맞서 이승만과 김구가 이끄는 우익은 '비상국민회의'를 조직해 신탁통치에 저항했다.사진은 1946년 신탁통치 반대를 촉구하는 대한독립협회의 격문. << 연합뉴스DB >>

<광복70년> 끝나지 않는 이념 대결…보수 vs 진보의 평행선

성장과 혼돈의 세월 속 깊어진 내부균열

정권 싸움 넘어 이슈마다 충돌…상호 불인정 고착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광복과 함께 한반도에 드리운 깊은 그늘은 `한 민족 두 체제'였다.

자본주의와 '왕조적 사회주의'라는 특수 상황에서 이념 갈등은 복잡한 양상을 띤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 자본주의와는 달리 짧은 역사의 자본주의는 불가피하게 천민화를 가져왔고, 진보이념도 '종북'과 맞물려 외국의 일반적인 진보 노선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진보 양 진영은 극한 대립과 분열을 거듭했고, 그 후유증은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보수·진보로는 우리 사회의 복잡한 구조와 이해관계 등을 담아낼 수 없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활로 모색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한다. 이념적 새 지평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 광복하자마자 분단…좌우 대립 격화

광복 직후 한반도는 '동서냉전의 축소판'이 됐다. 자력 독립이 아닌 한계 속에서 미국과 소련의 진주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였다.

북한은 소련의 강고한 사회주의 노선에 따라 체제 정비를 했고, 남한은 미군정의 좌우합작 정책 속에서 다양한 이념을 가진 정치세력이 활동했다.

해방 후 몇 달이 되지 않은 1945년 12월 28일 미국과 소련, 영국이 모스크바 삼상회의를 열고 한국을 5년간 신탁통치한다는 결정을 내리자 한반도에는 이념을 넘어선 강경한 반탁운동이 벌어졌다.

반탁운동이 확대될 무렵인 1946년 1월 3일 좌익세력은 소련의 지시에 따라 신탁을 찬성하는 입장으로 갑자기 돌아서면서 극심한 좌우 이념 갈등 상황에 빠지게 됐다.

좌익은 '민주주의민족전선'을, 이승만 전 대통령과 김구 선생이 이끄는 중도·우파 세력은 '비상국민회의'를 각각 조직해 신탁통치에 대응했다.

이후 좌익세력의 주요 인사들은 미군정에 의해 당원 상당 수가 체포되면서 잔여세력들 대부분이 북한으로 넘어갔으며, 남북한은 각자의 길로 간다. 1948년 8월 15일에는 대한민국이, 같은 해 9월 9일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건국을 선포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조성된 분단상황은 1950년 6·25 전쟁의 민족적 질곡을 거쳐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 눈부신 성장 속 독재와 민주화 대결 구도

남북 분단이 소련과 미국으로 대변되는 좌우 대립의 산물이었다면 분단 이후 한국은 독재정권과 민주화 세력 간 갈등이 격화된 시기였다.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했던 이승만 정부는 3·15 부정선거로 상징되는 탈법성을 드러내면서 이승만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4·19 민주혁명을 촉발시켰다.

결국 이승만 정권은 무너졌지만, 강력한 리더십 부재 속에서 5·16 쿠데타를 통한 군사정권의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4·19와 5·16은 역사적으로는 물론 이념적 측면에서도 일대 전환점이 됐다.

이념 대결의 주축이 공산주의자 대 자유민주주의자에서 경제성장을 우선시하는 군사정권과 민주화를 내세운 저항세력 간 대립구도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박정희 정권은 단시간 내 눈부신 경제성장을 일궈냈지만, '유신 독재'로 인해 민주주의를 퇴보시켰다는 지적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이후 5·18 민주화 항쟁을 유혈 진압하고 정권을 잡은 전두환 신군부 정권이 등장했으나 민주화 저항이 가열되면서 결국 6월 항쟁을 통해 독재를 종식했다.

이후 직선제를 통해 탄생한 노태우 정부, 문민정부를 거쳤으나 보수와 진보세력간 골깊은 대결은 오히려 격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 서로 인정않는 진영싸움, 소모적 분열로 이어져

보수·진보 진영의 대결은 전면적, 극한적 성격을 보여왔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기본 공식이 사실상 통용되지 않을 만큼 뿌리깊은 상호 부정의 정서가 강하게 작용하는 불타협의 대립이다.

특히 우리의 경우 북한이라는 '상수'가 더해지면서 이념 갈등은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된다.

보수·진보의 개념 깊은 곳에 북한이 존재하면서 체제 대립이라는 한 측면이 더해진 것이다.

진보 진영 내에서도 종북, 반(反) 종북이 주요한 지표가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북한이 정상적인 사회주의 기능을 상실하고 세습 왕조체제로 변질되면서 이념 대결이라는 본질이 흐려지는 측면도 있다.

이런 척박한 토양속에서 보수·진보의 갈등은 그 폭을 더하고 있다. '보수같지 않은 보수'와 '사이비 진보'가 득세하면서 대립 전선은 더욱 확대 재생산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성장·분배론, 교육, 대북 정책, 노사관계 등 국가 정책의 기본적인 분야까지도 소모적인 분열로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몇 차례 여야간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정권을 겨냥한 양진영 간 공세와 맞불은 이념적 대결의 긴장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대립이 빚은 후유증은 그 대표적 예로 꼽힌다. 몇달을 끌고간 막대한 소모적 대치의 끝은 허망한 결론만 남겼다. '미국산 쇠고기'에 반대하며 길거리를 메웠던 그 많았던 인파, 그러나 지금 우리는 외국산 가운데 미국산 쇠고기를 가장 많이 애용한다.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진보와 보수는 이념과 정치투쟁에 빠져 양측이 공유하는 상식의 영역이 파괴되는 문제를 드러냈고 이 때문에 제대로 된 토론과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양진영의 바람직한 상생을 위해선 상식의 영역을 키우고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문화를 길러야 한다"며 "이와 함께 승자가 모든 것을 갖는 정치체제를 완화하고 중앙정부에 지나치게 쏠린 권력을 지방으로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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