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90% '깡통 부동산'으로 10억원대 사기행각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담보가치가 없는 이른바 '깡통 부동산'을 멀쩡한 부동산으로 둔갑시켜 사기행각을 벌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이모(54·여)씨 등 3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이씨 등은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전세 임차인이 있는 건물 12채를 사들인 뒤 임차인이 없는 것처럼 부동산 관련 서류를 위조하고서 건물을 담보로 14명으로부터 10억원가량을 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가 박모(54·구속)씨 등 4명과 짜고 매입한 주택들은 임차인이 있고, 전세 보증금이 매매가의 90∼95%에 달해 보증금 채무를 끼면 싼값에 사들일 수 있었다. 이들은 보증금 1억3천만원인 1억4천만원짜리 건물을 1천만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이씨 등은 함께 입건된 김모(46)씨 등 이른바 '바지 명의자' 11명에게서 이름만 빌려 이들 건물을 사들이고서 전입세대 열람 내역서와 부동산매매계약서를 위조, 임차인이 없는 '깨끗한' 부동산으로 둔갑시켰다.
이들은 이렇게 위조한 서류를 피해자들에게 보여줘 안심시킨 뒤 "건물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면 매달 2.5∼3%의 이자를 지급하고 빌린 돈의 150%에 해당하는 1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해주겠다"고 속여 돈을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들 건물은 엄연히 임차인이 있는 데다 전체 가격에서 보증금 채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커 담보가치가 없는 '깡통 부동산'이었다.
이런 범행이 가능했던 것은 임대차보호법상 세입자들이 확정일자와 전입신고만으로도 보호를 받으므로 굳이 전세권을 설정하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등기부등본에서는 세입자의 존재가 확인되지 않는다.
등기부등본에 없는 임차인이 등재된 전입세대 열람 내역서는 부동산 소유자와 임차인만 열람할 수 있어 피해자들이 해당 건물의 실제 상태를 확인하기란 더더욱 어려웠다고 경찰은 전했다.
일명 '홍여사' 또는 '조여사'로 불린 이씨는 함께 구속된 박씨 등 4명에게 '바지 명의자'와 피해자 모집을 맡기고 '바지 명의자'들을 미리 불러 교육하는 등 조직적으로 사기행각을 이끈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줄 때는 소유자와 직접 소재지 주민센터를 방문해 전입세대 내역을 살펴보고 임차인이 거주하는지를 확인해야 이같은 사기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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