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쿠르드, 미국의 'IS 격퇴 대리전' 최적 동맹

편집부 / 2015-06-16 23:30:33
터키, 미국의 쿠르드 지원에 불만…"공습 지역서 인종청소"
텔아비야드 난민 2만3천명 터키행…IS, 락까로 후퇴해 반격할 듯
△ 2시간 뒤 바뀐 깃발…IS 격퇴당해 (악차칼레<터키> AP=연합뉴스) 터키 남동부의 시리아와 국경지대 아카칼레에서 바라본 시리아 쪽 탈아비야드. 한 건물에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깃발이 내걸려 있다가(위쪽 사진) 두 시간 뒤 쿠르드족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 깃발(아래 사진)로 바뀌었다. ciy@yna.co.kr

시리아 쿠르드, 미국의 'IS 격퇴 대리전' 최적 동맹

터키, 미국의 쿠르드 지원에 불만…"공습 지역서 인종청소"

텔아비야드 난민 2만3천명 터키행…IS, 락까로 후퇴해 반격할 듯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 시리아 쿠르드족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가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요충지를 장악해 미국의 'IS 격퇴 대리전'의 최적 동맹임을 또 증명했다.

YPG는 시리아 온건 반군인 '자유시리아군'(FSA)과 16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부의 터키 접경마을 텔아비야드에서 IS를 격퇴해 전역을 장악했다.

YPG가 주도한 텔아비야드 진격에는 FSA 소속 반군의 일부도 참여했으며, 미국이 주도한 국제동맹군도 공습으로 지원했다.

반면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 관계인 터키는 미국의 YPG 지원에 불만을 드러냈다.

터키와 시리아 반군들은 지난해 1월부터 IS의 통치 아래에 있던 텔아비야드 주민 2만여명이 터키 국경을 넘은 것은 YPG의 '인종청소'를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등 텔아비야드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뒤얽혀지고 있다.

◇'YPG 지상군+미국 공습', 시리아의 IS 격퇴전 최적 모델

YPG는 지난 1월에도 FSA와 이라크 쿠르드 군조직 페쉬메르가의 지상군 지원과 미국의 공습에 힘입어 시리아 북부 코바니에서 IS를 격퇴한 바 있다.

미국은 코바니 공습 과정에서 YPG와 연락체계를 구축했으며 코바니 탈환 이후 시리아 북부 하사케 주 전역으로 IS 공습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YPG의 정보를 활용해왔다.

시리아 반군 활동가들은 YPG가 IS의 거점에 야광탄 등을 쏘면 국제동맹군이 이를 표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 등에 따르면 YPG는 텔아비야드와 락까를 잇는 보급선을 차단하고 텔아비야드로 진격하는 전술을 폈으며, 미국의 공습은 락까로부터의 지원을 차단했다.

이런 효과적 전술로 YPG와 FSA는 텔아비야드로 진격한 지 보름여 만에 완전히 장악하는 전과를 거뒀다.

이는 코바니에서 5개월에 걸친 교전 끝에 IS를 퇴각시킨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다.

다만 IS가 코바니 전선에 탱크와 자주포 등 중화기를 대거 동원했고 병력도 대규모 배치했던 것과 달리 텔아비야드에서 방어전을 펴는 대신 락까로 후퇴하는 전략을 택했다.

따라서 이번 텔아비야드 전선에서 IS 조직원이 사망하거나 포로로 잡힌 규모는 100여명 정도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IS 조직원은 무기를 버리고 난민에 섞여 국경을 넘다가 터키군에 체포되기도 했다.

YPG와 FSA가 곳곳에 깃발을 내건 텔아비야드는 터키 남부 샨르우르파 주 악차칼레 마을과 맞닿은 마을이자 80㎞ 정도 떨어진 IS의 수도 격인 락까와 연결되는 요충지다.

터키 언론 등에 따르면 이곳은 IS에 가담하려는 외국 조직원이 활용하는 핵심 경로이며 각종 밀거래의 중심지다. 부상한 IS 조직원이 악차칼레로 넘어가 치료를 받은 사례도 보도됐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악차칼레 현지 르포 기사에서 '비료 폭탄'의 원료가 되는 질산암모늄이 텔아비야드로 대량 반출됐다고 보도했으며, 미국 언론 데일리비스트도 이곳에서 '파이프 폭탄'용으로 보이는 파이프가 밀거래됐다고 전했다.

이처럼 텔아비야드는 IS에 긴요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IS는 칼리파 국가 선포 1주년과 라마단을 맞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대공세에서 텔아비야드 탈환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난민 2만3천명 터키행…터키·시리아 반군 "YPG의 인종청소" 우려

유엔 난민기구는 이날 터키 재난당국의 집계를 인용해 3~15일까지 시리아 북부에서 새 교전이 벌어져 터키로 넘어간 난민은 2만3천135명이라고 밝혔다.

터키 정부와 시리아 반군 일부는 이번 대량 난민 사태는 YPG의 공격과 미국의 공습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나 "서방이 텔아비야드의 아랍족과 투르멘족을 공습해 불행하게도 PYD(민주동맹당)와 PKK(쿠르드노동자당) 테러리스트들이 자리 잡게 했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시리아 쿠르드족 정치 세력인 PYD와 PYD의 군사조직인 YPG, 터키 쿠르드족의 분리독립 테러조직인 PKK 등이 연계됐다며 지난해 IS가 코바니 점령을 시도할 때도 서방의 쿠르드족 지원을 맹비난한 바 있다.

터키의 대리전 대상으로 여겨지는 시리아 반군들도 전날 공동성명을 내고 에르도안 대통령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반군들은 YPG가 텔아비야드에서 인종청소를 자행하려 함에 따라 아랍족과 투르크멘족을 고의로 텔아비야드에서 쫓아내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YPG의 레두르 하릴 대변인은 중동전문매체 알모니터에 "그런 협박은 없었다. 우리는 IS가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쓰지 못하도록 요구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터키 정부는 전날 텔아비야드 상황을 점검하는 안보회의를 열었으며 이날 뷸렌츠 아른츠 부총리와 메브류트 차부쇼울루 외무장관이 잇따라 기자들과 만나 YPG가 텔아비야드 주민들을 강제로 이주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차부쇼울루 장관은 "IS가 점령지의 주민을 죽이는 것처럼 PYD와 PKK도 일부 장악지역에서 주민들을 강제로 떠나도록 한다"고 말했다.

알모니터에 따르면 텔아비야드는 시리아 내전 이듬해인 2012년 9월 반군이 장악했으며 터키 측과 국경검문소 운영 원칙과 관련한 약정을 맺었다.

알모니터는 시리아 정부군의 접근을 막아 반군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완충지대를 설정하고 시리아 쿠르드족이 시리아 북부의 터키와 접경한 지역에 자치정부를 수립하는 것을 막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전했다.

알모니터는 쿠르드 소식통을 인용해 2013년 7월 텔아비야드를 장악한 이슬람주의 반군들이 쿠르드족 주민들에게 떠나라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텔아비야드 주민 2만5천여명 가운데 쿠르드족은 1만2천여명이었으며 이 경고로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 지역인 코바니, 자지라나 터키, 이라크 등으로 떠났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같은 해 8월 반군들은 쿠르드족 가구를 모두 수색해 남아있던 성인 남성 70여명을 살해했고 여성과 어린이 400여명을 납치했다고 주장했다.

아른츠 부총리는 코바니와 자지라에 있는 쿠르드 세력이 텔아비야드로 모일 것으로 보인다며 터키는 시리아 쿠르드의 자치정부 수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다만 터키 정부는 군사훈련과 군수 지원을 하는 FSA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은 터키 정부의 불만에 공식 대응하지 않고 있다. 미국도 PKK를 테러단체로 지정했지만 PYD와 YPG는 지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IS 격퇴전에 이들과 협력하고 있다.

미국은 IS 격퇴전에 YPG의 지상군이 긴요하지만, 국내에서 분리독립을 내걸고 무장항쟁을 벌이는 PKK와 평화협상을 벌이는 터키는 국경지역에 쿠르드 자치정부가 수립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이해 상충으로 미국과 터키는 IS 격퇴와 관련해 시리아 온건 반군에 훈련과 장비지원, 터키 남부 공군기지 사용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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