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강타한 부산 수영구 "사람들이 밖으로 안나와요"

편집부 / 2015-06-16 16:08:26
143번 환자 열흘 이상 돌아다녀…시장상인들 "체감경기 한겨울"
△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16일 부산시 수영구 팔도시장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여파로 썰렁한 모습이다. 시장 한쪽에 세정제가 비치됐다.

메르스 강타한 부산 수영구 "사람들이 밖으로 안나와요"

143번 환자 열흘 이상 돌아다녀…시장상인들 "체감경기 한겨울"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부산의 16개 구·군 중에서 생활 만족도가 가장 높은 수영구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탓에 웃음을 잃었다.

143번 확진자가 된 이모(31)씨가 메르스 검사 전까지 열흘 이상 수영구 일대를 오간 게 확인된 지난 12일 전후로 불과 며칠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16일 오후 점심때 주요 도로 구간인 수영로, 광남로, 광안해안로 곳곳의 상습적인 차량 정체도 이전 같지 않다.

교통 흐름에 가장 민감한 택시기사들의 피부에 와 닿을 정도다.

택시기사 김정복 씨는 "거리에 사람이 없고 사람뿐만 아니라 차도 없다"며 "사람들이 밖으로 안 나오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뱉았다.

외출하는 사람이 줄다 보니 대형마트와 전통시장도 한산하다.

점심때면 주차 차량으로 붐비던 한 대형마트 무료 주자창에서 주차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실제로 이 업체가 파악한 결과 지난 1일부터 보름간 매장 방문객은 지난달 같은 기간에 비해 8% 줄었다.

방문객이 줄어든 대신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주문은 40% 이상 급증했다.

실내 생활을 위주로 하게 된 결과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매장 방문객이 소폭 감소한 대신에 온라인 주문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전통시장인 팔도시장 상인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한겨울에 가깝다.

시장 사이에 놓인 통로를 이용해 걸어가는 사람은 더러 있어도 물건값을 흥정하는 모습을 보는 게 쉽지 않다.

중년을 중심으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마치 시장에서 도망이라도 치듯이 바쁜 걸음을 옮기기에 분주했다.

상인 이경숙(65·여)씨는 "메르스 탓에 전통시장 상인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여름 휴가철이 다가와도 아무런 기대를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통학 시간이면 학생들이 웃고 떠들고 고함치던 학교 앞도 첩첩산중의 암자처럼 고요해졌다.

수영구를 중심으로 지난 15일부터 휴업이 시작됐고 오는 17일부터는 유치원과 학교 등 61곳이 휴업한다.

메르스 관리에 매달리는 공무원들의 피로도는 한계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

주민들 대부분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최근 들어 민원 전화가 급증, 업무가 마비될 지경에 이르렀다.

수영구보건소 직원들은 전화벨 소리만 들리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다고 하소연한다.

전화 통화 내용은 자택격리 대상자의 집 위치와 인적사항 등을 물어보는 게 대부분이다.

보건소 직원들이 속 시원하게 대답할 수 없는 사유를 설명하면 고성은 물론 욕설도 날아든다.

그중에서도 "내가 만약 그 집 옆에 산다면 감염이 될텐데, 그럼 당신이 책임질거야?"라는 말은 보건소 직원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다.

김진홍 수영구 보건소장은 "그동안의 여유와 너그러움을 이제 찾아볼 수가 없게 됐다"며 "우리 모두의 힘든 시간이 어서 끝났으면 좋겠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5월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부산지역 2014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수영구민의 생활환경 만족도가 51.7%로 부산에서 가장 높았다. 부산시 평균은 43.9%였다.

수영구는 통계청이 2년마다 조사하는 생활 만족도 조사에서 2012년부터 6년 동안 부산의 16개 구·군 가운데 1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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