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냐 목숨이냐'…'좋아요' 너무 좇다간 사고!
상트페테르부르크, 9월 신학기부터 '셀피' 안전교육
(서울=연합뉴스) 지일우 기자 = 셀피(selfie). 자신을 뜻하는 셀프(self)에 애칭형 어미인 ie가 붙은 단어라고 한다. 스마트폰으로 자신을 찍는 사진을 말하는 건데, 2002년 오스트리아의 인터넷 포럼 'ABC 온라인'에서 처음 공식 사용된 단어라니 신조어는 아닌 셈이다.
셀피가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때는 2010년대 들어서부터라고 한다. 휴대전화를 이용한 사진 공유 애플리케이션인 인스타그램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2012년 무려 10억 달러에 페이스북에 팔리기도 했다. 2014년 말 인스타그램의 가치는 자그마치 350억 달러에 달했다고 하니 그 2년전 페이스북의 인수 가격에 고개를 갸우뚱했던 사람들은 머쓱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출판사는 '셀피'를 2013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하기도 했다.
러시아에서도 '셀피'가 유행인가 보다. '세뱌시카(셀피)' '사모스트렐(자기찍기)' '사모스니목(자기사진)' 등이 셀피의 러시아식 명칭이다. 물론 셀피를 그대로 쓰기도 한다. 셀피를 위한 봉, 셀카봉은 '볼세브나야 팔로츠카 나르치싸', 즉 나르시소스의 요술방망이로 불린다고 한다. 셀피의 인기를 짐작케하는 별명인 셈인데, 이런 인기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이 '셀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 같다. 지난 몇 달 동안 미성년자들이 극단적인 상황에서 셀피를 찍으려다가 부상이나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전역에서 잇따랐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 러시아 시사주간 '아르구멘트이 이 팍트이'(논거들과 사실들. 이하 A&F) 15일자 인터넷판에 따르면 모스크바에서는 어린 소녀가 권총을 들고 셀피를 찍으려다 오발로 숨졌고 모스크바 인근의 한 학교에서는 학생이 좀 더 나은 사진을 담으려다 콘크리트 블록으로 떨어져 껍질이 벗겨진 전선에 그대로 노출돼 감전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러시아 여러 도시에서 뱀 사진을 가지고 놀래주려다 독사에 물리는 경우들이 있었고 시베리아 크라스노야르스크 지방에 있는 하카시야 공화국에서는 한 미성년자가 셀피 때문에 계곡에 추락하는가 하면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는 화재로 훼손된 높은 계단에서 찍은 셀피를 선보이려던 아이가 계단에서 떨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무의미한 부상과 죽음을 막기 위해 러시아 제2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시민단체가 팔소매를 걷어붙인 것 같다. 학교 정규과목에 '안전한 셀피' 과목을 신설하자고 제안하고 나선 것이다. 시민단체인 '안전을 위해'는 이미 언론이 미성년자들의 셀피로 인한 부상과 사망 소식을 다루기 시작한 때부터 우려를 표시하기 시작해 러시아연방 교육장관에게 정식으로 교과목 신설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 단체의 드미트리 쿠르데소프 회장은 A&F에 "미성년자들이 극단적인 사진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더 많은 '좋아요' 반응을 얻으려고 옳지 않은 모험에 나서고 있다"면서 "우리는 문제의 본질은 여기에 있다고 본다. 아이들은 인터넷과 SNS를 통해서 일방적으로 정보를 얻고 있다. 우리는 미성년자들에게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설명하고자 한다"고 교과목 신설 추진배경을 설명했다.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 지 설명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부모들로 하여금 아이들에게 안전의식을 바르게 심어줘야 한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 그러나 가족은 사회의 핵이지만 우리는 각 가정을 일일이 방문해 이런 단순한 진실들을 설명할 수가 없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게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조직이 있다. 아이들이 교육을 받는, 바로 학교다. 바로 이 때문에 우리는 이 방향으로 노력해야만 한다.'학교-아이-가정' 이런 3각 교육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시민단체 '안전을 위해'의 노력이 결실을 봤다고 한다. 러시아 교육부는 이 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여 오는 9월 1일 신학기부터 우선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학교들에 이 과목을 신설하도록 원칙적으로 허가했다. 초·중등학교 4~9학년 과목에 그 과정을 신설하고 한 달에 두 번, 더 나아가 이상적으로 1주에 한 번 강의하는 방안, 그리고 정규 사회과목에 포함하거나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들을 수 있도록 임의과목으로 신설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강의 시간은 다른 과목들과 마찬가지로 45분이지만 강사는 전문 심리학자와 사진사, 그리고 경찰이 맡게 된다. 심리학자들은 SNS에 대한 의존성이 갖는 잠재적 위험성을, 사진사들은 '좋아요'를 받기 위해서는 극단적 상황이 아니라도 자연을 배경으로 한 평범한 아름다운 사진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점을 가르칠 것이라고 한다. 경찰은 극단적 상황에서 셀피를 찍으려다 자신과 주변인들에게 발생한 비극적인 사고들을 구체적 사례를 통해 아이들에게 교육한다.
쿠르데소프 회장은 "교사들이 이와 똑같이 가르친다면 학생들이 듣지 않으려 할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요 몇 년 동안 학생들이 교사들에게 갖는 신뢰도는 다소 낮아졌다"면서 "만일 자신의 일에 정통한 제삼자들이 교육한다면 학생들은 훨씬 더 주의 깊게 듣고 그들의 경험을 믿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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