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로 잇는 과거와 현재…'세운상가 재생' 당선작 발표
이_스케이프의 '현대적 토속'…내년 말 1단계 구간 완공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국내 최초 도심재개발사업의 결과물이자 최초의 주상복합건물인 서울 세운상가.
1970년대 '세운상가에선 미사일과 탱크도 만들 수 있다'는 얘기가 전해질 정도로 호황을 누렸지만, 강남과 용산의 개발로 쇠락의 길을 걸어 철거될 뻔하다 최근 도시재생 사업지로 지정됐다.
서울시는 이후 실시한 '세운상가 활성화를 위한 공공공간 설계 국제현상공모'의 당선작으로 이_스케이프(김택빈, 장용순, 이상구) 건축사사무소의 'Modern Vernacular(현대적 토속)'을 선정했다고 16일 밝혔다.
당선작은 기존 도시 조직과 세운상가 사이의 끊어진 길을 '모듈화 박스'로 뜨개질하듯 연결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도록 한 게 특징이다.
1968년 거대구조물인 세운상가가 들어서기 전, 실핏줄 같은 골목길을 따라 자연스럽게 생긴 집들과 생활양식을 세운상가 데크와 내부로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이를 위해 남북(종묘∼남산)으로는 끊어진 보행데크의 축을 복원하고 동서(종로∼동대문)로는 역사성을 간직한 길들을 찾아내 연결했다.
특히 너무 높게 위치해 한 번에 접근하기 어려운 남북 보행데크에는 컨테이너 형태의 모듈화 박스를 위아래에 끼워넣어 지상층과 이어지도록 했다. 박스 안에는 전시실 등 공공편의시설을 배치했다.
현재 세운초록띠공원 자리는 종묘로 가는 건널목부터 세운상가 2층까지 완만한 경사로 잇는 광장으로 계획했다. 이곳에선 다양한 공연 관람과 휴식을 할 수 있다. 광장 아래 1층에는 창업 지원시설 등을 배치했다.
심사위원인 승효상 서울시 총괄건축가는 "당선작은 오래된 건축물을 새 건축물로 만들려고 하지 않고 과거의 흔적들을 존중하면서 새로운 역사를 더해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시는 12월 1단계 구간(종로∼세운상가∼청계·대림상가)을 착공해 내년 말 완료할 예정이다. 세운상가 가동∼대림상가 구간에는 공중보행교도 복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단계 구간(삼풍상가∼진양상가)는 소유자와 주민 의견을 들어 추진한다.
시는 또 22일부터 30일까지 신청사 1층 로비에서 당선작 등 8개 수상 작품을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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