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댐과 저수지 개발-4대강 잇는 광역상수도망 확충-물값 인상 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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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이 아예 사라진 저수지 (춘천=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최근 유례없는 가뭄으로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강원 춘천시 동면의 한 저수지의 물이 아예 사라져 바닥이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져 있다. 2015.6.11 hak@yna.co.kr |
<가뭄 비상> '국가가뭄경감센터' 설치...중장기 종합대책 필요
전문가들 "반복되는 가뭄 단기 대책으론 해결 역부족"
소규모 댐과 저수지 개발-4대강 잇는 광역상수도망 확충-물값 인상 등 필요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극심한 가뭄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 최근 수년째 되풀이되는 가뭄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지난 수년간 2-3년에 한 번 꼴로 크고 작은 가뭄이 찾아왔고 2010년 이후엔 거의 매년 가뭄이 발생하고 있다.
이제 여름철에 찾아오는 큰 장마 한번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은 넘어섰고 중장기대책을 마련해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는 작업이 필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배덕효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올해 극심한 가뭄의 1차적 원인으로 지난해 여름 장마가 예년에 비해 크게 발달하지 않아 저수지를 제대로 채우지 못한 점을 꼽았다.
배 교수는 "우리나라는 보통 여름에 큰 비가 올 것에 대비해 다목적댐을 비워놓았다가 실제로 큰 비가 오면 채워서 이듬해 각종 용수로 사용하는데 작년 여름에는 장마가 덜 발달해 저수지를 채우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상학적으로 비가 안 오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비가 안 와도 저수지에 물을 많이 채워놓고 있으면 용수 공급지역에는 가뭄 피해가 없는데 1년 주기로 저수지를 채웠다 비우기를 반복하다 보니 지난해처럼 비가 오지 않으면 이듬해에는 어김없이 가뭄 피해를 입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우리나라는 최근 7∼8년간 거의 매년 가뭄이 찾아왔고 중장기대책을 마련해놓고도 막상 큰 비가 와서 해갈되면 실행에 옮기지 않고 중단해버리니 매년 이런 사태가 반복되는 것"이라며 "항구적인 대책을 마련해 체계적으로 실행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장기 대책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국가가뭄경감센터를 설치하거나 현재 기상청, 국토교통부, 농림부 등 여러 기관에 분산된 가뭄대응 업무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시스템 도입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김형수 인하대 사회인프라공학과 교수는 가뭄의 환경적 영향이나 피해를 정량화하는 연구가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산농어촌 지역은 가뭄의 피해를 크게 느낀다. 가뭄 피해는 서서히 오지만 굉장히 크고 잘 보이지 않는데 그런 피해를 정량화해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우리나라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에 와있는지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도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 예방을 위한 투자에는 소홀해지기 마련인데 실제 가뭄 피해는 주로 저소득층이나 사회적 소외계층이 많이 입는다는 측면에서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가뭄에 따른 농작물 피해뿐 아니라 수질 환경과 생태계에 미치는 중장기적 피해도 더 세밀하게 정량적으로 산정하는 방법론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고 이에 대한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4대 강을 잇는 자전거 길처럼 4대 강을 잇는 광역상수도망을 확충하는 등의 방안도 제시했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위주의 물 공급 정책으로 정작 가장 큰 가뭄 피해를 당하는 농산어촌 주민이 소외되는 현상을 심각한 문제로 보고 농산어촌의 가뭄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토연구원 김종원 박사는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상류 쪽에 대형댐을 건설해 하류 지역에 원만하게 물을 공급하는 데 초점이 많이 맞춰져 있었다. 그 결과 원류 주변에는 가뭄이 올 수밖에 없다"며 "댐 주변 지자체들도 물을 끌어쓸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박사는 "대규모 댐 위주, 도시민 중심의 물 공급 정책에서 배제된 중소도시나 농산어촌 주민의 식수 안전도, 농업용수 안전도를 높이는 정책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농산어촌과 소규모 도시의 가뭄 대비를 위한 중장기 대책의 하나로 인근 중소하천에 소규모 저수지를 확충하고 기존 저수지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보수 작업도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종원 박사는 "중·소 하천 주변에도 크고 작은 도시가 많은데 대규모 댐이 필요없는 그런 지역에는 소규모 댐이나 저수지 등을 더 개발해 자체적으로 용수를 확보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형수 교수는 "우리나라에는 곳곳에 작은 농업용 저수지가 많은데 이에 대한 시설 점검도 필요하다. 오래된 저수지는 누수 현상도 많아 전반적인 검사를 통해 제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보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201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심각한 물 부족 현상을 겪는 것으로 평가된 우리나라의 현실을 국민이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종원 박사는 "물 관련 기관이 나서서 가뭄이 발생할 때에는 '앞으로 비가 더 안 오면 언제부터 취수가 제한될 수 있다'는 식으로 그때그때 홍보를 해서 경각심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또 "우리나라 물값은 세계 어디와 비교해도 저렴한 편인데 실질적으로 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시설을 마련할 재원은 물값에서 나와야 한다"며 "물값을 소득 수준에 맞춰 제대로 거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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