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축구대표팀 카펠로 감독 또 사퇴 압박 궁지
유럽선수권대회 예선 성적 부진으로 비판 여론 거세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파비오 카펠로(68·이탈리아) 러시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또다시 사퇴 압박을 받는 궁지에 몰렸다.
러시아가 현재 진행 중인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 예선에서 부진한 성적을 보이면서 대회 진출 가능성이 희박해진 때문이다.
러시아 대표팀은 14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열린 유로 2016 G조 예선 오스트리아와의 경기에서 0:1로 패했다. 경기 내용도 부실했다.
러시아 대표팀은 이날 6번째 예선 경기 패배로 승점 8점에 머물러 16점을 얻은 오스트리아와 12점을 획득한 스웨덴에 크게 뒤져 유로 2016 본선 참가가 불투명해졌다.
이에 대표팀과 카펠로 감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세르게이 이바노프 대통령 행정실장(비서실장)까지 나서 "오늘 경기는 초라했다"고 평가했고 전(前) 러시아 축구대표팀 감독 발레리 가즈자예프는 "우리 대표팀은 실망이 아니라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다"고 혹평했다.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비탈리 무트코 러시아 체육부 장관은 "며칠 내로 카펠로 감독의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밝혔고 실제로 니키타 시모냔 축구협회 회장 대행과 만나 대표팀 감독 경질 문제를 논의했다고 타스 통신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카펠로 감독은 그러나 이날 오스트리아와의 경기 뒤 '몇 게임을 져야 사퇴를 고려할 것인가'라는 BBC 방송 기자의 직설적 질문을 받고 "질문에 고맙다"고만 답했을 뿐 거취 문제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고액 연봉 때문에 감독직에 매달리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지난해 중반부터 올해 초까지) 8개월치 월급을 받지 않고 일한 적이 있고 지금도 2개월치가 밀렸지만 팀을 떠나거나 러시아축구협회를 상대로 국제축구연맹(FIFA)에 불만을 제기하지도 않았다"며 "만일 내가 돈에만 관심이 있었으면 이미 오래 전에 FIFA에 임금 체불 문제를 제기했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2012년부터 러시아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카펠로 감독은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연봉이 669만3천750파운드(약 114억원)로 32개 본선 진출국 감독 중 가장 많은 급여를 받는 사령탑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1월 러시아 축구협회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때까지 일하는 것으로 재계약했으나,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러시아가 조 3위(2무1패)에 그쳐 탈락하는 부진한 성적을 내자 러시아 내에서는 장기계약과 높은 연봉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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