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돋보기> '오빠'가 알려줄게…가르치려는 남자들
다음소프트 '맨스플레인' SNS 분석…'남성 자존심'과 연관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그건 오빠가 어떻게 하는 건지 알려줄게∼", "오빠가 그래도 운동은 좀 하잖아∼."
개그콘서트 '핵존심'을 보면 자주 나오는 대사다. '핵존심'은 여자들은 질색하는 남자들의 자존심을 그려낸 코너로, 맨스플레인(mansplain)의 대표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맨스플레인이란 영어에서 남성(man)과 설명하다(expalin)를 합성한 단어로, 남자가 여자에게 잘난척하면서 아랫사람 대하듯 설명하는 것을 뜻한다. 이 합성어는 지난해 옥스퍼드 온라인 영어사전에 등재되기도 했다.
작가이자 역사가인 리베카 솔닛이 여성의 존재를 침묵시키려는 힘을 고찰한 산문 9편을 묶어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는 책을 펴내면서 올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맨스플레인이 화제가 됐다.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는 2010년 1월부터 2015년 6월 최근까지 맨스플레인을 주제로 트위터 14만8천626건과 블로그 30만8천350건을 분석해 그 결과를 15일 밝혔다.
트위터에 등장한 맨스플레인의 감성을 분석해보면 긍정 감성이 40%, 부정 감성이 60%를 차지했다. '비꼬다', '무시하다', '잘난체하다' 등이 부정 감성어 상위권을 꿰찼다.
SNS에서 맨스플레인과 빈번하게 등장하는 인물은 '오빠'(1천321회)다. 여기서 오빠는 SNS에 글을 올린 사람보다 나이가 많은 친오빠, 연인, 아는 사람 등을 지칭할 수 있다.
나이 차이가 나는 만큼, 경험도 더 있을 테고 아는 것도 많다는 것을 전제로 상대방 여성에게 말을 한 것이라는 게 다음소프트의 분석이다.
트위터에서 맨스플레인 연관어로 "안 물어봤고, 안 궁금하다"는 뜻의 신조어 '안물안궁'이 등장한다. 이게 바로 맨스플레인하는 남자를 바라보는 여자의 시선이다.
맨스플레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자존심'도 이번 분석 대상에 포함됐다. 2010∼2015년 누적치로 보면 자존심이 센 인물은 주로 여성보다 남성이다.
남자(7만1천286회), 남편(1만2천385회), 아버지(1만2천291회), 남자친구(6천772회), 남성(6천687회), 오빠(6천363회) 등이 자존심이 센 인물로 거론됐다. 반면 여성은 여자(8만5천135회), 여성(1만156회), 여자친구(5천208회) 등 3부류뿐이었다.
남자가 자존심을 부릴 때는 언제일까. '운동'(16만4천806회)이나 '스포츠'(3만7천632회), '야구'(3만634회), '농구'(7천498회) 등을 주제로 대화할 때이다. 운동하는 방법이라던가, 경기 규칙 등을 설명할 때 자존심을 드러내는 것이다.
'연애'에서도 빼놓을 수 없다. 남자의 자존심을 SNS에서 논할 때 '연애'를 언급한 횟수는 25만5천314회로 집계돼 1위를 차지했다. '모임'(8만599회)이나 '운전'(5만9천996회)을 얘기할 때도 남자의 자존심은 자주 등장한다.
남자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1위 아이템은 '술'(9천765회)이었다. 누군가와 술을 마시다가 먼저 취하면 자존심이 상한다는 식이다. 이 밖에도 '셔츠'(2천844회), '차'(2천540회), '시계'(1천464회)가 남자의 자존심을 드러내는 물건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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