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수교 50년> ⑧"한일협정은 외과수술…화해의 시작"

편집부 / 2015-06-15 06:30:14
한일회담 협상 실무 오재희 전 주일대사 인터뷰
"식민조약 무효성 인정, 어려움 알면서 정면으로 부딪쳤다"
△ 한일회담 협상 실무 오재희 전 주일대사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당시 실무자로 한일협정 협상에 참여했던 오재희 전 주일대사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22일)을 앞두고 지난 10일 서울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 전 대사는 한일관계와 관련해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것이 아니라, 봄이 오면서 겨울이 가는 것"이라며 "미래지향적으로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과거사 청산을 해나가는 것이 현실적이고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2015.6.15 kimhyoj@yna.co.kr

<한일수교 50년> ⑧"한일협정은 외과수술…화해의 시작"

한일회담 협상 실무 오재희 전 주일대사 인터뷰

"식민조약 무효성 인정, 어려움 알면서 정면으로 부딪쳤다"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외과수술 후 환자는 상당한 시일을 거쳐야 완쾌됩니다. 외교 교섭도 그 자리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지 않습니다. 법적 기초는 마련되지만, 실제 감정적·정치적으로 그것은 화해의 '시작'이라고 봅니다."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당시 실무자로 한일협정 협상에 참여했던 오재희(83) 전 주일대사는 오는 22일 체결 50주년을 맞는 협정의 의미를 이렇게 평가했다.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앞두고 지난 10일 서울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난 오 전 대사는 한일회담의 마지막 단계인 제7차 회담 과정에 참여했다.

1965년 4월까지는 외무부 조약과장으로, 이후에는 주일대표부 정무과장으로서 한일협정 막바지 세부 교섭의 실무를 맡았다. 이후 1991∼1993년에는 주일 한국대사로도 일했다.

"그때 일을 생각하면 정말 감개무량하다"며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는 소회를 밝힌 오 전 대사는 "1965년은 한일 간 정상적 관계의 원년이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1875년 운요호 사건으로 시작된 한일 근현대사 140년을 통틀어 '진정한 정상적 관계'는 1965년 한일협정 체결과 국교정상화를 통해 비로소 열렸다는 것이다.

한일협정 체결 과정에서 양국이 가장 첨예하게 맞섰던 대목 중 하나는 한일 병합 과정에서 양국이 체결한 과거 조약이 언제부터 무효였다고 보느냐다.

식민지배 자체의 불법성 유무와 직결된 이 문제에 대해 양국은 한일 기본관계조약의 2조에 '(과거 조약이) 이미 무효'라고 명시하는 데서 타협을 이뤘다.

이와 관련해 오 전 대사는 "당시 다른 식민지 독립국과 종주국이 체결한 여러 조약의 예를 전부 조사했지만 선례가 없고 일본도 완강하게 거부했다"며 "일본의 사죄와 반성을 조약에 명시하려면 도저히 협상이 성립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은 식민지 통치를 합법적으로 했다는 입장을 지금도 바꾸지 않고 있다"며 "과거 식민지 조약이 무효임을 일본으로 하여금 인정시키는 게 어려운 줄 알면서도 우리가 정면으로 부딪친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라야마 담화, 간 나오토 담화,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등 이후 50년간 나온 일본의 과거사 반성·사죄는 "한국 입장에 접근하고 역사 인식의 공백을 조금이라도 더 메우려는 일본 나름의 노력의 산물"로, "1965년 기본조약에서 우리가 확고한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라는 게 오 전 대사의 분석이다.

그는 불법 행위에 대한 '배상금'이 아니라 재산상 관계를 정리하는 '청구권 자금'으로 식민피해 청산 문제가 매듭지어진 것도 샌프란시스코 대일강화조약이라는 조건 속에서 만들어진 해결 방안임을 강조했다.

그는 "(2차대전) 연합국의 결정에 의해 우리가 독립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전쟁 배상에 대한 당시 강화조약의 결정을 "현실로 그대로 받아들이고 해결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 국민이 이 문제를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고도 오 대사는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아직 일본에 대해 식민 통치의 배상권을 포기했다고 공식적으로 말한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개인적으로 언젠가는 일본이 우리와 같은 법률적 견해를 갖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오 전 대사는 과거사 갈등으로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긴 눈으로 봐야 한다"는 조언을 내놨다.

그는 "일본이 어느 정도 성의를 표시하면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평가해 더 자발적으로 성의를 표시할 환경과 조건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현명하다"며 "미래지향적으로 관계를 발전시켜 가면서 과거사를 청산하자"고 제언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것이 아니라, 봄이 오면서 겨울이 가는 것"이라는 얘기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WEEKLY HOT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