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아웅산 수치 극진한 환대…그 이유는
수치, 중국 방문 마무리…곳곳서 환대받아
(베이징=연합뉴스) 홍제성 특파원 =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가 14일 중국의 극진한 환대 속에 생애 첫 방중일정을 마무리했다.
수치 여사는 지난 10일 오전 양곤 국제공항에서 양허우란(楊厚蘭) 주(駐) 미얀마 중국 대사의 배웅을 받으며 중국 방문길에 올랐다.
국가 정상급이 아닌 다른 나라 정치 지도자를 위해 현지 대사가 직접 공항에 나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수치 여사는 방중 이틀째인 11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 양국관계 및 중국 공산당과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간의 관계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시 주석은 "당신과 NLD가 건설적인 역할을 지속적으로 발휘해 미얀마 민중을 긍정적으로 인도하기를 희망한다"면서 수치 여사에게 큰 힘을 실어줬으며 "양국은 동고동락하는 이익 공동체이자 운명 공동체"라며 양국 관계를 매우 중시한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수치 여사는 베이징 방문기간에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인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도 면담했다. 또 중국 측 인사들의 안내를 받으며 만리장성에 오르고 8개사찰(八大處·팔대처) 중 하나인 영광사(靈光寺)도 찾았다.
수치 여사는 베이징에 이어 12일 경제수도 상하이(上海)를 방문해 한정(韓正) 상하이(上海)시 당서기와 회동을 가졌다.
상하이시가 이번 회동에 천펑샹(陳鳳翔)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부장(차관급)이 참석했다고 발표한 것으로 미뤄 천 부부장이 수치 여사의 일정 상당부분을 동행했음을 짐작하게 했다.
수치 여사는 상하이에서 마을 주민센터를 찾아 붓으로 직접 휘호를 쓰는가 하면 첨단 과학기술기업도 방문했다고 홍콩 봉황망(鳳凰網)은 전했다.
그는 마지막 방문지인 윈난(雲南)성의 쿤밍(昆明)시를 찾아 리지헝(李紀恒) 윈난성 당서기의 환영을 받았다.
이번에 중국이 전격적으로 수치 여사를 초청해 극진히 환대한 것은 다각적인 전략적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수치 여사가 이끄는 NLD가 오는 11월 미얀마 총선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미래 권력자와의 관계 강화에 공을 들이겠다는 의도가 있다.
또 2011년 군부 통치를 끝낸 뒤 개혁개방으로 미국 등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본격화하고 있는 미얀마 정부의 친(親)서방 행보를 견제한다는 의미도 있다.
테인 세인 대통령이 이끄는 현 정부가 양국 국경지대에서의 미얀마군의 오폭 사건으로 중국과 다소 껄끄러운 관계인 점을 감안하면 중국이 미얀마 야권과 손잡을 수 있음을 경고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중국은 이를 통해 미얀마에 대한 외교적 영향력을 유지하고, 미얀마에 이미 투자한 자국의 경제적 이익 수호를 도모하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수치 여사의 방중 기간에 중국계 코캉 반군이 일방적으로 휴전을 선언, 중국 측이 모종의 압력을 시사했다는 관측도 낳았다.
다만 수치 여사의 방중에 대해 중국 관영 언론들은 정부 측의 환대와 대조적으로 '로우 키'(low-key)로 접근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치 여사가 시 주석과 지방 당서기 등을 만난 소식을 제외하고는 그의 방중 관련 보도를 크게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수치 여사가 중국 입장에서는 다소 부담스러운 '민주화'를 상징하는 인물인데다 미얀마 현 정부를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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