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위조 논란 몰도바 총리 검찰 수사받고 자진사퇴(종합)

편집부 / 2015-06-12 23:55:44
정부내 비리 척결 추진하다 역공 받아…옛 소련국 친서방 노선 혼란 겪을 듯

학력 위조 논란 몰도바 총리 검찰 수사받고 자진사퇴(종합)

정부내 비리 척결 추진하다 역공 받아…옛 소련국 친서방 노선 혼란 겪을 듯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사이에 낀 소국 몰도바의 키릴 가부리치 총리가 12일(현지시간) 자진 사퇴를 선언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친서방 연립 내각을 이끌어온 가부리치 총리(38)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내 학력과 관련한 문제가 정치 게임의 도구가 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나는 정치인이 아니라 경영인이며 정치 게임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몰도바 수사당국은 그동안 가부리치 총리의 대학 졸업장 위조 논란에 대한 수사를 벌여왔다. 수사는 몇 개월 전 현지 언론이 가부리치가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고 대학 졸업장은 위조라고 보도한 뒤 시작됐다.

가부리치는 "어제 본인의 졸업장 위조와 관련된 조사로 검찰에 소환당했다. 이것은 내가 여러 고위 공무원들의 자진 사퇴를 촉구한 데 뒤이은 것이다"며 자신에 대한 정치적 압박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가부리치는 곧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니콜라이 티모프티 대통령은 이를 수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티모프티 대통령이 총리 사직서에 서명하면 전체 내각이 사퇴하게 된다.

몰도바의 친서방 노선을 이끌어온 자유민주당 등 주요 정당들은 오는 14일 지방 선거 후 새 내각 구성 협상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하지만 다수 정당들이 연립 내각 참여 거부 입장을 밝히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가부리치는 지난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과 의회 의장 앞으로 보내는 공개서한을 올려 몰도바의 국영은행을 포함한 3개 은행에서 10억 달러가 사라진 사건과 관련 검찰과 중앙은행, 금융감독위원회 지도부를 1개월 내에 모두 교체할 것을 촉구하고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몰도바에선 지난달부터 시민단체가 이끄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계속돼 왔다. 시위대는 집권 연립 내각을 구성하고 있는 정당 지도자들이 국가 예산의 25%에 맞먹는 10억 달러를 3개 은행에서 빼돌렸다고 주장하며 주요 정부 인사들과 사법기관 수장들을 해임할 것을 요구했다.

가부리치 총리가 이같은 시위대의 요구에 호응해 검찰과 중앙은행 지도부 교체를 촉구하자 반대 진영에선 그의 졸업장 위조 논란을 부각시켜왔다.

가부리치는 자신의 졸업장 문제는 정치 논란의 주제가 될 수 없다며 버텼으나 정부 내 부패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자각하고 사퇴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동 통신 회사 사장 출신의 가부리치는 자유민주당의 추천을 받아 지난 2월부터 총리를 맡아왔다.

옛 소련에 속했던 인구 350만 명의 빈국 몰도바는 우크라이나, 조지아 등과 함께 지난해 6월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한 포괄적 협력 협정을 체결하고 유럽화 노선을 걸어왔다.

이에 러시아는 농업국인 몰도바의 과일 수입을 금지하는 등 보복 조치를 취했다.

러시아는 지난 1990년 몰도바에서 독립을 선포한 친러시아 성향 자치 지역 트란스니스트리아(러시아명 프리드녜스트로비예)에 수천명의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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