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아라고 동굴의 호모 에렉투스
공주 석장리박물관 토타벨 구석기문화 특별전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프랑스 남부 피레네-오리앙탈 주 페르니냥에서 북서쪽으로 33㎞ 떨어진 토타벨(Tautavel) 마을은 주민이라 해 봐야 200여 명에 지나지 않는 포도 농촌이다. 이런 한적한 농촌에 매년 15만 명이 찾는다.
아라고 동굴(Caune de l’Arago)이라는 구석기시대 동굴 유적과 이를 전시하기 위한 토타벨 선사박물관을 보기 위해서다. 가파른 산기슭에 자리잡은 이 동굴은 70만년 전에 시작해 대략 10만년 전까지 쌓인 두께 15m에 달하는 퇴적층이 있다. 이런 퇴적층마다 약 60만년에 걸쳐 구석기시대 사람들이 남긴 흔적이 켜켜이 퇴적돼 있다.
1964년 시작한 이 동굴 유적 발굴을 통해 대략 60만 점에 달하는 각종 구석기시대 유물이 발굴됐다. 각종 동물 화석과 석기는 물론이고 148점에 달하는 인류화석은 특히 학술 가치가 크다고 평가된다. 인골 중에는 45만년 전 인류인 '아라고 21', 다시 말해 토타벨 사람이라고 명명한 인류의 두개골도 있다.
이곳 아슐리안 문화층에서 찾은 인골은 유라시아 대륙에서 발견된 인류 화석 중 가장 오래된 것 중 하나로 곱힌다. 이를 토대로 한 연구는 유럽에서 최초로 살았던 인류와 인류 진화에 대해 많은 정보를 알려주었다.
더불어 60만년에 걸친 고환경과 고기후 변화 양상도 엿보게 됐다.
1990년대 같은 구석기학 전공자인 부인 공수진 박사와 함께 이곳 발굴에 참여한 조태섭 사학과 교수는 "퇴적학 연구, 꽃가루 분석, 대형 포유류와 소형 척추동물의 고동물학 연구, 지구화학 연구로 기후와 고환경을 재구성할 수 있게 됐다"면서 "특히 8만년 동안의 추운 기후와 2만년 동안의 더운 기후로 교차하는 10만년 주기의 기후 변화를 밝혀내게 됐다"고 말했다.
추운 시기에는 숲이 없던 주변에 순록, 들소, 무플론, 타르, 북극여우, 목덜미나그네쥐, 흰올빼미가 서식했고 사향소가 살기도 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석기를 보면 60만 년 전부터 양면 석기를 제작하다가 30만 년 전부터는 르발루와(Levallois) 떼기를 발명했음을 알 수 있었다.
충남 공주시 석장리박물관이 아라고 동굴 유적을 주제로 하는 특별전 '프랑스 최고 인류화석 또따벨(토타벨) 사람, 60만년의 여정'을 오는 16일 개막해 내년 4월까지 개최한다.
반세기 동안 아라고 유적 발굴을 이끄는 앙리 드 룸리 고인류연구소 이사장, 토타벨 유럽선사문화연구센터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이번 전시에는 '아라고 21' 머리뼈를 비롯한 인류화석 6점과 석기, 동물화석 등 60여 점이 선보인다.
석기 중에는 58만년 전 아슐리안 문화층 E14칸에서 발견된 변성암 석재로 만든 길이 36cm 창끝모양 주먹도끼 한 쌍이 있다. 뒤랑달(Durandal)이라고도 하는 이 도끼는 고기를 발라내고 자르는 데 사용했다고 추정된다. 완벽한 좌우 대칭과 양면 대칭 형태로 제작됐다.
조태섭 교수는 아라고 동굴 유적이 구석기 문화 연구의 보고라는 측면 외에도 그 활용 방안 또한 국내 고고학 현장에 대해 시사하는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프랑스 당국은 해외 지원자들에게도 발굴 문호를 개방한다. 이에 따라 지난 반세기 동안 약 4천명으로 추산되는 세계 각국 고고학도가 발굴에 참여했다. 발굴 50주년을 맞이한 지난해에는 이들이 모여 별도 기념행사를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국내 구석기 연구자 중에는 조태섭·공수진 박사 부부에 앞서 1970년대 박영철 현 연세대 교수와 1980년대 한창균 같은 대학 교수가 참여했으며, 2000년대 들어서는 한국전통문화대학과 연세대 학생들이 해마다 여름 한달간 현장에서 발굴 경험을 쌓고 있다.
석장리 박물관은 고 손보기 연세대 교수가 발굴한 한반도 최초의 구석기 유적지인 석장리에 세운 전문 박물관으로 2006년 개관 이래 해마다 세계 구석기문화를 주제로 전시하는 기획전을 개최 중이다. 중국의 북경원인(2013)을 시작으로 일본의 이와주쿠유적(2013), 유럽 구석기시대의 매장전(2009), 선사시대의 여인상특별전(2011) 등을 개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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