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협상 시한 앞두고 원유전쟁 조짐…중동산유국 생산량 최고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달 말이 시한인 이란 핵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중동 주요 산유국의 '원유 전쟁' 조짐이 심상치 않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산유국의 지난달 산유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데다 제재에 발이 묶인 이란마저 핵협상 타결 시한을 앞두고 원유 수출량이 3년만에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11일(현지시간) 내놓은 6월 원유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최대 원유수출국 사우디의 지난달 일일 평균 산유량은 1천25만배럴로 사상 최고치였던 전달(1천16만배럴)보다 증가했다.
이라크의 일일 산유량도 4월 375만배럴에서 지난달 385만배럴로 늘었고, 아랍에미리트(UAE) 역시 287만 배럴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지난달 전세계 산유량은 비(非)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의 감산에도 일일 9천600만 배럴로 전년 동기 대비 300만 배럴이나 늘었다. 지난달 이들 3개국 산유국이 신기록을 경신하면서 OPEC 회원국의 공식 산유 목표량인 일일 3천만 배럴보다도 100여만 배럴이 더 많아졌다.
이란의 지난달 일일 원유 수출량은 전달보다 23만5천배럴 많은 140만배럴로 집계돼 서방의 추가 경제·금융 제재가 발효된 2012년 6월 이후 최고치였다고 IEA는 이 보고서에서 밝혔다.
이란이 세계 4위의 원유 매장국이지만 산유량이 제재 해제 뒤 단시일 내에 회복되지는 않으리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하지만 이란은 제재가 해제되자마자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비축한 원유를 즉시 국제 원유 시장에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IEA는 보고서에서 "이란의 주요 시장은 제재 하에서도 거래를 유지했던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시작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우디 등 중동 주요 산유국이 OPEC의 목표 산유량을 넘기면서까지 원유를 뽑아내는 것은 중동산 원유의 주요 시장인 아시아를 놓고 이란의 시장 확대를 선제로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IEA는 "이란 정부는 경제 제재가 풀리는 날만을 준비하고 있다"며 "제재가 없어지면 일일 산유량이 몇 달 안에 340만∼360만 배럴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란의 지난달 일일 산유량은 285만 배럴이었다.
IEA는 중동 주요 산유국의 이같은 증산 경쟁으로 올해 예상됐던 유가 반등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