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전략적 관계 발전이 한반도 통일에 기회될 것"

편집부 / 2015-06-11 16:11:29
루마니아 대표 정치학자 바질 세카레쉬 교수 인터뷰

"미중 전략적 관계 발전이 한반도 통일에 기회될 것"

루마니아 대표 정치학자 바질 세카레쉬 교수 인터뷰



(부쿠레슈티=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에는 미국 국방부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건물인 인민궁전이 있다.

북한식 독재를 수입한 니콜라에 차우셰스쿠가 주석궁을 따라 지었다는 인민궁전은 5t짜리 대형 샹들리에와 150m 길이의 대리석 갤러리로 단장돼 있다.

차우셰스쿠는 인민궁전의 완공을 보지 못하고 1989년 처형됐다. 그러나 26년이 지난 지금도 북한에서는 독재가 계속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부쿠레슈티에서 루마니아의 대표적 정치학자 바질 세카레쉬(68) 교수를 만났다. 직접 겪은 체제전환의 경험이 한반도 상황에 주는 시사점을 묻기 위해서였다.

그는 미국과 소련의 해빙이 루마니아의 체제 전환에 핵심적 요인이었다고 지적하면서 이제는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관계 발전이 한반도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상대적으로 정보 유입이 쉬웠던 루마니아에 비해 북한이 폐쇄적 사회임을 인정하면서도 한국이 북한 지도층에 파트너를 확보해 내부 변화를 촉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세카레쉬 교수는 부쿠레슈티대 정치학과 학장을 거쳐 체제 전환 직후 대통령 비서실장과 집권당 부대표를 지내며 현실정치에 몸담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 다음주에 한국에서 열리는 한반도 관련 세미나에 참석한다고 들었다. 첫 방한인가.

▲20여년 전 체제 전환 직후에 서울에 갔었다. 당시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곧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불운하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 차우셰스쿠는 김일성 주석과 가깝게 지내며 북한식 독재를 루마니아에 도입했다. 독재시절이 어땠는지 보여줄 개인적 경험이 있나.

▲차우셰스쿠는 80년대말에 부정적이고 변덕스러운 모습을 많이 보였다. 공산정권이 몰락하기 전에 미국에서 1년짜리 연구교수로 초청을 받았는데 이런 장기비자는 차우셰스쿠 부인이 결정했다. 중국과 북한에 다녀와 감명받은 그녀가 당시 중요한 정치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 루마니아 체제 전환을 촉발한 핵심 요인은 무엇이었나.

▲당시 동유럽에는 변화를 이끌어내고 뒷받침해주는 특수한 환경이 있었다. 미소간 전략적 합의가 변화를 촉발하고 허용했다. 이것이 핵심적 요인이었다. 외부적 요인이 긍정적이고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 북한은 여전히 독재정권 하에 있다.

▲유럽에서 독일과 루마니아의 체제전환 경험이 한반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우호적인 환경이 있었다. 소련이 독일에 청신호를 줬다. 아태 지역에는 그때 그런 환경이 없었다. 25년 전 동유럽에 있었던 정치적·전략적 개혁의 기회가 이제 아태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핵심적 전략관계는 미국과 중국이다. 양국의 전략적 관계 발전이 한반도에 기회가 될 것이다. 미중 전략관계의 시험대 중 하나가 바로 한반도일 것이다.

-- 미중관계가 한반도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보나.

▲ 미중의 전략적 관계에 중요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올 가을 시진핑 중국 주석의 미국 방문이 아주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일부 잘못된 선택도 있다. 미국이 중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엄청난 실수다. 하지만 양국의 관계에는 분명히 변화가 있다. 이런 새로운 전략적 환경이 한반도에 기회가 될 것이다. 한반도에 중요한 진전이 있을 것으로 낙관한다.

-- 루마니아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한국이 한반도 평화체제 추진 과정에서 염두에 둘 부분은 뭔가.

▲현실에 맞게 해법을 조정해야 한다. 한국은 전쟁이 끝나고 경제적 전환을 이뤄낸 아주 좋은 경험도 갖고 있지 않나. 추상적으로 접근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후쿠야마 프랜시스는 역사의 종언을 주장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각 지역마다 각기 다른 해법이 있다.

하나 더 지적하고 싶은 것은 북한 군부와 정치적 엘리트 중에 파트너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병영국가 신드롬에 빠져 있다. 내일 무슨 일이 있을지 그들도 몰라 예측불가한 행동을 한다. 루마니아는 열린 사회였지만 북한은 폐쇄적 사회다. 어렵겠지만 북한 내부에 변화를 촉발할 파트너를 구해 지도층을 분열시켜야 한다.

-- 루마니아에 과거 공산정권 시절에 대한 향수가 있다는데.

▲곤란하고 어려운 문제다. 우리는 공업국가였는데 이를 유지하지 못했고 사회적 시스템도 정비하지 못했다. 공산주의 시절에는 건강보험과 교육이 무료였다. 그때는 휴가를 흑해에서 보냈다는 한탄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좀 개선할 수 있는 때가 된 것 같다.

-- 러시아와 서방의 대치가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의 위협은 실재적인가.

▲그렇다. 2008년 러시아가 조지아를 침공했을 때 우리는 제대로 교훈을 얻지 못했다. 러시아는 냉전 이후 확립된 정치적 지형을 조정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대응은 매우 약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대응도 충분하지 않다. 소련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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