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의 거장들을 통해 시대를 읽다
신간 '역사학의 거장들 역사를 말하다'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역사책을 읽기 위해서는 역사가를 먼저 알아야 하고 역사가가 누구인지 알려면 역사가를 낳은 사회를 알아야 한다."
영국의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E.H 카)가 자신의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한 말이다.
역사가는 자신이 살았던 시대적 맥락에 얽혀 있고, 그가 연구한 대상도 과거의 사회적 관계에 따라 형성된다는 이야기다.
이런 의미에서 역사학 연구가 루츠 라파엘이 엮은 신간 '역사학의 거장들 역사를 말하다'는 역사가에 초점을 맞춰 시대상을 논하는 '정석' 같은 책이다.
역사가 아닌 역사가의 삶과 저술, 그가 후대에 미친 영향에 초점을 맞춰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지난 두세기 반 동안 근대 역사학의 태동과 발전을 주도한 27명의 역사학 거장을 다룬다.
이들은 ▲현재적 영향력(특정 연대나 지역을 넘어 현재에도 학문적 탁월성을 인정받는가) ▲자극(후속 세대 역사가들에게 중요한 자극을 줬는가) ▲대작(역사적 대상과 문제를 모범적 방식으로 제시한 저작이 있는가) ▲시대경험(동시대인과 특별한 경험과 미래상을 고유하고 새로운 방법론과 개념을 고안했는가)을 고려해 선정됐다.
'근대적 역사서술의 개척자' 에드워드 기번, '근대 역사학의 창시자' 레오폴트 랑케, 금기와 역사를 해부한 탈근대주의자' 미셸 푸코 등이 대표적이다.
정통적 의미의 역사가가 아니더라도 '역사학의 거장이 된 사회학의 창시자' 막스 베버나 '임박한 사회적 변혁을 역사적으로 유추한' 카를 마르크스처럼 역사학에 자극을 제공한 인물도 거장의 대열에 포함됐다.
책은 이들 역사학 거장의 생애와 업적을 통해 한편의 '역사학 지도'를 그려낸다.
'역사가로서 시대를, 시대로서 역사가를 알게 하며, 역사학으로서 역사를, 역사로서 역사학을 파악하게 한다'는 책의 전제처럼 역사가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살았던 그리고 사는 시대의 단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길사. 636쪽. 2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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