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 어렵게 하는 방호복·주변 시선에 의료진 '악전고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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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지역 메르스 퇴치 선봉장 유병욱 수원병원장 (수원=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11일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에서 유병욱 원장이 경기도 메르스 중점 치료센터인 수원병원의 운영 상황과 고충 등에 대해 밝히고 있다. 유 원장은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할 때 각각 서울의료원 부원장, 원장으로 근무하며 의료진을 진두지휘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9일 중점 치료센터 지정 전 병실을 모두 비우는 등 메르스 환자를 받을 준비를 해왔다. 2015.6.11 zorba@yna.co.kr |
경기지역 메르스 퇴치 선봉대장 유병욱 수원병원장
"사스·신종플루 겪어 병실 비우고 기다렸다…24시간 근무 각오"
호흡 어렵게 하는 방호복·주변 시선에 의료진 '악전고투'
(수원=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신종플루가 유행할 때 민간병원에서 환자를 받지 않으려고 했던 기억이 떠올라 우리 병원에 메르스 환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미리 병실을 비웠습니다".
11일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에서 만난 유병욱 원장이 병원균 전염 우려를 이유로 악수를 정중히 거절하며 이같이 말했다.
수원병원은 지난 9일 경기도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한 민관 협업 정책에 따라 메르스 환자 및 모니터링 대상자를 전담 치료하는 '경기도 메르스 중점 치료센터'로 지정됐다.
경기도는 메르스 확산 국면이 급박하게 진행됨에 따라 하루 전날 병원 측에 중점 치료센터 지정을 통보했지만 이 병원은 나흘 전 이미 일반 입원환자 130여명을 다른 병원으로 이송, 병실을 모두 비우고 메르스 환자를 받을 준비를 마쳤다.
지난달 말부터 메르스 비상계획 수립을 이끌며 중점 치료센터 지정에 대비한 유 원장은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할 때 각각 서울의료원 부원장, 원장으로 근무하며 의료진을 진두지휘했다.
유 원장은 "당시에도 민간병원이 환자 받기를 꺼려 공립인 서울의료원이 많은 환자를 받았다"며 "사스 때는 관찰이 필요한 10여명을 가까이서 지켜봤고 신종플루 때는 셀 수도 없는 환자를 진료했다"고 떠올렸다.
수원병원은 현재 유 원장과 감염내과 3명, 소아과 1명, 가정의학과 1명 등 6명의 의사가 메르스 양성 환자 8명과 일반 관찰자 7명을 돌보고 있다.
메르스와 전공 진료과목의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이 병원에 근무하던 나머지 의사 20여명은 병원 입구에 설치돼 고열 등 메르스 증상을 확인하는 임시진료소와 제한적으로 운영되는 응급실 등에서 근무하며 비상대기 중이다.
메르스 양성 및 의심 환자들은 3개 병동 가운데 음압시설이 설치된 6병동과 5병동에 머물며 일반 관찰자들은 3병동에 격리돼 있다.
유 원장은 "6병동, 5병동 환자들을 진찰할 때에는 고글과 마스크, 장화 등이 포함된 전신 방호복을 입고 도는데 외부 공기가 차단돼 호흡이 어렵고 열이 빠져나가지 않아 업무강도가 평소의 10배가 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1인 1실 원칙에 따라 병실 41개 전부를 1인실로 준비하고 있지만 지침이 바뀌어 일반 관찰자를 2인 1실로 관리하게 되면 최대 60여명을 받을 수 있어 24시간 근무를 각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간호사들도 평소 27명보다 9명이 늘어난 36명이 하루 8시간씩 3교대로 일하고 있다.
이 가운데 20여명은 메르스 중점 치료센터에 일한다는 이유로 남편이 직장에서 당분간 쉴 것을 요구받는 등 주변의 불편한 시선이 부담스러워 병원 측이 급하게 마련한 주변 월세방 5곳에서 함께 지내고 있다.
유 원장은 "환자 치료는 물론 일반 관찰자의 병원 내 교차감염을 막아야 하고 의료진 자신의 감염도 신경 써야 해 정신적으로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자가격리 대상자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대상자 스스로 외출을 자제하는 등 시민의식이 뒷받침되면 이달 말쯤 소강상태로 접어들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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