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적발된 '모뉴엘식 사기'…수출채권 심사 허술 악용
올 4월 무역금융제도 보완책 마련…앞으론 어려워질 듯
(세종=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수출 사기로 3조4천억원을 불법 대출받았다가 파산한 가전업체 모뉴엘식의 사기 사건이 또 적발됐다.
불법 대출 규모는 1천500억원대로 모뉴엘보다 적지만 수법은 거의 유사했다.
시중은행이 어음할인을 통해 수출대금을 조기에 현금화할 수 있도록 하는 무역금융 제도에서 현장 실사나 서류 확인절차가 부실한 허점을 이용했다.
TV 케이스 금형업체인 H사 대표 조모(56)씨는 2010년 7월부터 최근까지 TV 캐비닛 가격을 부풀려 위장수출해 불법 대출을 받았다.
TV 캐비닛은 TV 케이스 금형의 성능을 시험하기 위한 플라스틱 TV 케이스로 개당 원가가 2만원 수준이다.
그런데도 수출신고 서류에는 2억원으로 기재했다.
조씨는 물품을 일본의 거래처로 보내는 것처럼 서류를 꾸몄으나 실제는 미국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의 빈 사무실로 보내 쌓아놓았다가 폐기처분했다.
조씨는 무역보험공사로부터 수출신용보증서를 받고 수출신고 서류를 시중은행에 제출해 수출채권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불법 대출을 받았다.
모뉴엘도 홈씨어터 컴퓨터(HTPC) 가격을 부풀려 허위로 수출서류를 꾸몄다.
조씨는 대출 만기가 돌아오면 다시 위장 수출입을 반복해 대출금을 갚는 돌려막기식 수법을 사용했다.
이 점도 모뉴엘과 흡사하다.
수출채권 매입 심사 과정이 허술하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한국무역보험공사는 별다른 의심없이 보험 및 신용을 제공했고, 은행도 서류를 꼼꼼히 따지지 않고 대출을 해줬다.
조씨가 무역금융 대출을 활용한 은행은 기업은행, SC제일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 수협 등 5곳이다.
조씨는 기존 거래 은행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하면 거래 은행을 바꿔가며 범행을 이어나갔다.
결국 이들 은행 가운데 기업은행은 264억원, SC제일은행은 22억원의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한 상황이다.
모뉴엘 식의 불법 대출 수법은 지난 3월에도 적발된 바 있다.
무역업체를 운영하는 이모(55)씨는 원단을 중국에 수출한 것처럼 허위로 꾸민 수출서류를 은행에 제출해 4억원대의 불법 대출을 받았다가 덜미가 잡혔다.
그러나 이 같은 수출사기는 앞으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지난 4월 무역금융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100만 달러 이상의 수출계약에 대해 무역보험을 제공할 경우 현장실사를 통해 계약의 진위를 반드시 확인하도록 했다.
은행이 수출채권을 매입할 때 거래계약서와 운송증, 수출물품 인수증빙서류, 선하증권 등 기본 증빙서류에 대한 검증 절차도 강화됐다.
관세청도 올해 들어 무역금융의 부당 수령을 막기 위해 수출가격과 외환거래 실적 차이 등에 대한 분석을 강화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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