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발 '과일향 소주' 열풍 전국 확산…시장 전망은
(부산=연합뉴스) 김상현 기자 = 부산에서 시작된 '과일향 소주' 열풍이 전국을 휩쓸고 있다.
알코올 함량이 13∼14%여서 소주가 아닌 리큐르로 불리는 과일향 소주는 여성과 젊은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출시한 지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 새로운 주종으로 떠올랐다.
과일향 소주 열품은 롯데주류가 올해 초에 '순한 소주'가 일반화된 부산을 시험대 삼아 유자향을 첨가한 '처음처럼 순하리'를 처음 출시하면서 시작했다.
롯데주류 측은 일반 소주와 맛과 알코올 함량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는 '순하리'를 부산 대학가와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 중심으로 한정 판매하면서 조심스럽게 시장 반응을 살폈다.
그러나 '순하리'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소문이 나면서 한 달만에 150만병이 판매되는 대박을 터뜨렸다.
이어 부산 소주시장 점유율 1위인 무학이 발빠르게 지난달 12일 좋은데이 컬러 시리즈 '블루'(블루베리), '레드'(석류), '옐로'(유자) 3종 세트를 내놓고 '순하리' 열풍에 맞불을 놓았다.
무학은 부산 시장 수성에 나서는데 그치지 않고 롯데주류의 안방인 수도권까지 공략하며 적극적인 공세를 펼쳤다.
이후 대선주조가 자몽맛을 첨가한 '시원블루 자몽'을 출시하자 무학도 4번째 컬러 시리즈 '스칼렛'(자몽)을 추가했다.
금복주도 지난달 유자 농축액을 첨가한 '상콤달콤 순한참 유자'를 내놓은 데 이어 이달 들어 '상콤달콤 순한참 자몽'과 '상콤달콤 순한참 블루베리'를 잇따라 내놓고 과일향 소주 라인업을 갖췄다.
하이트진로 역시 11일 신제품 '자몽에 이슬'을 출시하고 과일향 소주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술은 참이슬의 깨끗함에 자몽 본연의 맛을 살린 알코올 13도의 리큐르 제품으로, 젊은 층과 여성을 겨냥했다고 하이트진로는 설명했다.
이처럼 과일향 소주 출시가 잇따르는 것을 두고 주류업계에서는 '새로운 시장을 개발했다'는 기대와 '마케팅에 힘입은 반짝 열풍'이라는 엇갈린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강민철 무학 대표는 "젊은 세대는 특정 주종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주류를 선택하고 즐긴다"며 "순한 술을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순한 과일향 소주가 당분간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진배 대선주조 대표도 "수년간 주류 소비 추세를 분석한 결과 시장성이 높다고 보고 과일맛 소주를 내놓게 됐다"며 "시장반응을 살펴 복숭아 등 다양한 리큐르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수년 전에도 소주에 다양한 첨가물을 넣어 먹는 유행이 있었지만 곧 시들해졌다"며 "소주 특유의 깔끔함을 찾는 소비자의 입맛이 쉽게 변하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한 때 약주나 막걸리가 마케팅이나 사회 분위기에 힘입어 반짝인기를 끌었지만 결국 소주, 맥주 등 전통적인 주종에 밀려 점유율이 제자리로 돌아오곤 했다"며 "과일향이나 단맛을 첨가한 소주가 전통적인 주종의 하나로 자리 잡기에는 다소 역부족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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