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망하게 하는 불평등"…최환석 '갑질사회' 출간

편집부 / 2015-06-10 11:18:09
불평등·차별의 역사 고찰하며 현실 분석과 해법 제시

"나라 망하게 하는 불평등"…최환석 '갑질사회' 출간

불평등·차별의 역사 고찰하며 현실 분석과 해법 제시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저자는 부처와 세종대왕을 가장 존경한다. 평등을 추구한 대표적 역사인물이어서다.

부처는 계급을 타파코자 했다. 불교에 귀의한 사람들이 한결같이 삭발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당시에 머리 모양으로 신분과 계급을 구별하고 차별했다. 삭발은 그에 대한 적극적 거부이자 항거다.

세종대왕은 한글을 창제해 사회 평등화를 선도했다. 알다시피 그때는 지배층이 한자로 지식을 독점하던 시절이었다. 이로써 다수의 백성이 정보를 공유하고 생각을 표현하며 전파할 수 있게 됐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최환석 씨가 한국사회의 문제점과 개선책을 폭넓고 심도있게 설파한 '갑질사회'를 펴냈다. 2년 전 출간한 '나는 한국경제보다 교육이 더 불안하다'에 이은 두 번째 저서. 동서고금을 오가며 우리 사회의 심리적 병리현상을 냉정히 진단하고 그 처방을 내놨다. 해박한 지식, 뜨거운 학구열, 적극적인 현실감각이 돋보이는 책이다.

제목이 이르다시피 저술 배경에는 대한항공의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도 있다. 갑질 논란을 일으킨 이 사건은 한국사회에 깊숙히 침투해 건강성과 행복도를 갉아먹는 불평등과 차별 문제를 직시케 한 계기였다.

저서 '갑질사회'는 이 같은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을 당연시하는 한국사회의 민낯을 낱낱이 폭로한다. 정부와 기득권층은 1퍼센트의 이익이 마치 나머지 99퍼센트에게도 이익이 되는 양 주장하며 불평등을 합리화하고 있다는 것. 갑질은 바로 이 왜곡된 성과주의에서 뛰쳐나온 사회적 신분 서열제의 산물이라고 분석한다.

안타깝게도 고통스러운 삶을 반복하면서도 과거에 대한 명확한 인식은커녕 자신이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문제는 해결되지 못한 채 자식들에게 이어져 이들 역시 부모와 똑같은 고통을 안고 살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불평등은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을까? 저자는 "대부분의 역사에서 기득권층은 기득권 진입의 문을 닫고 심각한 불평등을 만들면서 협력보다는 편을 갈라 부와 권력을 선점키 위해 늘 배신 전략을 고수했다"고 말한다.

그 결과 이타적이거나 협력적인 사람들은 멀리 떠나고, 이기적이고 사이코패스적인 사람들만 남아 사회적 물질적 자산을 독점한다는 것. 또한 그들과 그들의 자식에게만 이 사회의 열매가 돌아오게 하고 대중의 이익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결국 대중은 극단적인 불평등 사회에서 착취의 대상이 돼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되고, 이런 기득권층의 비열한 욕심은 극단적 양극화를 초래해 협력정신을 훼손하고 나라를 망하게 하는 단초가 됐다. 게다가 자신들의 지위가 흔들릴 것 같으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나라를 파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는 것.

이런 사례는 신라, 고려, 조선의 역사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신라의 기득권층은 당에게 영토를 쉽게 양도했고 고려의 기득권층은 원나라에, 조선의 기득권층은 일제에 나라를 허무하게 넘겨버렸다. 그토록 내세우던 나라는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채 자신들의 안위와 이익에만 골몰했다.







저자는 "이렇듯 비열한 짓은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며 안타까워한다. 나라가 빠른 경제성장에 취해 있는 동안 점점 더 폐쇄적인 사회구조를 만들어가고 있으며, 경제성장의 열매가 골고루 배분되는 방법으로 경제를 발전시키기보다 불평등을 고착시키고 양극화를 심화시키면서 계층이동의 사다리를 하나둘 걷어차고 있다고 본다. 이는 역사에서 많은 국가들이 망한 공통적 패턴이라는 것.

불평등 현상에 대한 비유로 저자는 '자전거 반응'을 예로 든다. 이는 경주용 자전거를 탈 때 상체를 숙이고 페달을 밟는 모습이 마치 위의 강자에게 고개를 굽실굽실 숙이는 반면, 아래의 약자는 있는 힘껏 작신 밟아대는 모습과 같다고 해서 나온 말. 계층화가 심한 불평등 사회일수록 하위계층에 대한 편견이 증가하고 그들에게 우월감을 표시함으로써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려 한다.

북유럽 국가들에서 보듯이 평등과 협력의 사회로 가야 국민은 더 건강하고 행복해진다. 달리 말하면 양극화가 심해지는 불평등사회일수록 폭력성, 열등감, 모욕감, 수치심, 차별감 등이 증가하며 국민이 불행해져 간다. 이렇게 병들고 해체된 공동체는 역사에서 무수히 확인했다시피 종국에 망조가 들고 만다. 불평등 사회의 '갑질'은 비도덕적일 뿐 아니라 비효율적이기도 하다는 것.

저자는 이타심이 집단 유지와 생존에 필수적이며 이는 사람의 여러 본능 중 하나임을 상기하자고 조언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중들이 차별과 불평등의 현실을 직시하고 해법을 스스로 마련하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보여야 한다는 것. 그중 하나로 선거 때면 평등과 협력의 사회를 상기하며 투표권을 슬기롭게 행사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역사의 교훈과 자신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며 과거의 나쁜 유산을 끊어내려는 깨달음과 결심이 선행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저자가 상기시키는 플라톤의 말은 다음과 같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

참돌. 368쪽. 1만4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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