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녕대군 비극적 사랑 담은 연주극 "스페인 납시오"

이현진 기자 / 2015-06-10 10:27:40
파란달의 '어리' 알마그로 국제 고전극 축제에 초청받아


[부자동네타임즈 이현진 기자] 조선시대 태종 임금의 장남이자 세종대왕의 형인 양녕대군과 그의 연인 어리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담은 연주극이 다음 달 스페인의 유명한 고전극 축제에 초청됐다.

야사에 따르면 양녕대군은 곽선의 첩 어리와 간통한 뒤 대궐로 불러들여 아이까지 갖게 함으로써 부왕의 분노를 사 결국 세자 자리에서 쫓겨난다.

퍼포머 그룹 '파란달'은 양녕대군과 어리의 슬픈 연애사와 태종의 고뇌를 중심으로 즉흥 연주와 소리, 원초적인 몸짓이 한데 어우러진 '금(琴), 성(聲) 프로젝트-어리(於里)'를 지난해 선보였다.

가야금 연주자와 소리꾼이 주술사로 등장, 양녕대군·어리·태종의 혼을 불러내 당시 조선을 뒤흔든 세자 폐위 사건을 재구성한다. 원초적인 의성어와 몸짓, 현(弦)의 소리로 망자의 혼을 달래고 극락으로 이끄는 내용을 담았다.

'어리'는 연출가 김태린(41)의 제안으로 탄생했다. 2014년 수림문화상을 받은 가야금 연주자 박경소가 작곡·음악감독·연주를 맡았고, 소리꾼 권송희가 가야금 연주와 함께 호흡하며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다채로운 소리로 표현했다.

뮤지컬 '오프', '마이걸' 등을 연출한 김태린은 "가야금의 풍부한 표현 방식에 주목해 연주만으로도 극을 이끌어 갈 수 있다는 확신으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 연주극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주최한 2014년 제2회 창작국악극대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 연출상을 차지했다.

'어리'는 스페인에서도 진가를 알아줬다. 알마그로 국제 고전극 페스티벌 조직위원회는 7월 한 달 동안 라만차에서 열리는 38회 행사에 한국 대표로 이 연주극을 초청한 것이다. 올해는 한국을 축제의 주빈국으로 선정했다.

스페인 문화체육교육부, 라만차 자치정부, 알마그로시가 공동 개최하는 이 축제는 바로크 시대의 작품과 스페인의 황금기 연극과 함께 전 세계의 현대극을 무대에 올린다. 올해 70여 편이 초청됐고, 4만여 명의 관객이 몰려올 것으로 기대된다.

'어리'는 7월 5일과 6일 관객에게 선보인다. 마드리드의 주스페인 한국문화원에서는 한국 관련 전시가 펼쳐진다.

김태린 연출가는 7월 2일 스페인 출국을 앞두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리'는 국경 없는 소통과 조형적 표현들로 세계인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초청으로 민간 차원의 교류 활성화는 물론 '예술 한류' 확산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알마그로 축제가 끝나고 인근 유럽 국가의 한인 단체나 한국문화원에서 '어리'의 공연을 요청하면 기꺼이 달려가 무대를 꾸밀 생각이며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도 찾아갈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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